이주형시인·산자연중학교 교사
이주형 시인·산자연중학교 교사

“촛불을 켜지 않아도 되는 나라를 만들어 달라고 촛불을 들었는데, 청와대도 정부도 촛불에 갇혀 버렸어요. 뭔가 불리하면 누구 탓만 하는 정치꾼들, 그들은 얼마나 교육을 잘 받았기에 촛불이 만들어 준 이 나라를 이 모양으로 만들고 있는 걸까요? 정치꾼들 정말 한결같네요.”

식당에서 선후배로 보이는 젊은이들이 하는 대화를 들었을 때 필자는 섬뜩함을 느꼈다. 말하는 사람들의 어조와 말이 전달되는 상황을 더 생생하게 전달할 수 없음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필자는 이 말을 들으면서 현 정부의 교육철학을 생각해 보았다. 그런데 딱히 떠오르는 게 없었다. 3년 째 적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정부에 새로운 교육철학이 있을 리 만무하다는 어느 지인의 말이 진실처럼 다가왔다. 이 나라에서 적폐는 마치 주홍글씨와도 같은 힘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적폐는 현 정권의 무기처럼 사용되고 있다. 정권 출범 전부터 지금 교육 환경 타령을 하는 사람들은 사회 모든 곳에 적폐 딱지를 붙였다. 적폐 정치, 적폐 언론, 적폐 사법, 적폐 행정, 적폐 경제, 적폐 교육 등! 그리고 적폐 청산의 장군이 되어 사회를 휘젓고 다녔다. 그 모습은 마치 변방 나라의 장수 같았다.

어용(御用) 언론들은 모든 잘못된 것이 바로 잡힌 이상적인 새 사회가 곧 펼쳐질 것처럼 떠들었다. 아닌 줄 알면서도 그렇게 되었으면 하는 믿음 하나로 국민들은 참고 기다렸다. 적폐 완장을 찬 정치인들은 여론조사 결과에 도취되어 모든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최저임금인상, 고교무상교육 등 과정에 대한 고민 대신 오로지 정권 연장에 필요한 정책들을 쏟아냈다.

기고만장의 정점에서 정치인들은 자신들은 완벽하다는 착각에 빠져버렸다. 그 착각은 그들에게 도덕적으로든 사상적으로든 자신들은 무결점의 경지에 있다는 환상을 만들어주었다. 환상 속에서 정치인들은 우월주의에 사로잡혀 자신들의 말과 행동이 마치 절대 진리인 것처럼 설교를 하고 다녔다. 이들은 자신들의 생각에서 조금만 벗어나도 그것은 “틀렸다!”라고 지적하고 무리수를 두어서라도 그것을 바로 잡으려 했다. 그 무리수가 그들에게 부메랑이 되어 반드시 돌아온다는 것을 우월주의에 중독된 그들은 결코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들이 인정하고 싶지 않은 것이 또 하나 있다. 그것은 영원한 권력은 없다는 말이다. 권력의 맛에 중독된 이들은 자신들만큼은 실패한 역사의 주인공들과는 다르다고 외친다. 그리고 모든 것에는 예외가 있듯 자신들은 영원하다고 서로에게 최면을 건다. 그러면서 그들은 늘 자신들의 주장을 뒷받침해 줄 희생양을 찾는다. 희생양을 찾지 못하면 기꺼이 만든다. 그러면서 끊임없이 불안과 두려움을 조성한다. 그리고 그것을 없애 줄 존재는 자기들뿐이라고 말한다.

어느 정당 정치인들이 불러일으킨 교육환경 논쟁 또한 이와 맥락을 같이 한다. “20대 남성의 낮은 ○○당 지지와 관련해 지난 정권 시절의 교육적 환경이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짐작” 지난 정권에서도 교육을 담당했던 한 사람으로서 필자는 이 말을 듣고 화가 나서 참을 수 없었다. 그리고 과연 이들이 말하는 교육적 환경이란 무엇인지 생각해 보았다. 분명 이들은 교육을 정치의 수단으로 생각하고 있음이 틀림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 20년째 교육현장에 있는 사람으로서 이 나라 교육환경이 달라진 때가 있었는지 떠올려 보았지만 찾을 수가 없었다. 생각해보면 혼돈만 가중되고 있는 지금 교육 환경이야말로 이 나라 교육 역사상 가장 낯선 교육 환경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교문마다 입학식 관련 가로펼침막이 내걸렸다. 저마다 교육에 대한 큰 희망을 가지고 교문을 들어설 학생들! 만약 그 학생들이 지금 이 나라 정치적 환경에 대해 묻는다면 필자는 꼭 말하고 싶다, 말할 가치가 없다고. 교육 독립 운동을 펼치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한 요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