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트럼프 하노이 도착… 오늘~내일 2차 핵담판 돌입
영변 핵시설 동결·폐기, 종전선언 등 치열한 수 싸움 예고
싱가포르 합의보다 진전된 ‘하노이선언’ 나올지 관심 집중

북미정상회담을 하루 앞둔 26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중국과 접경지역인 베트남 랑선성 동당역에 도착해 특별열차에서 내리고 있다. /하노이 VNA=연합뉴스
한반도 비핵화 성사여부를 가름할 2차 핵 담판의 주사위가 던져졌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차 북미 정상회담(27∼28일)에 참석하기 위해 지난 24일 전용열차로 평양을 출발한지 66시간 만인 26일 오전 베트남에 도착함으로써 한반도 정세를 가를 역사적 담판의 일정이 사실상 시작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같은날 오후 8시30분(이하 현지시간)께 하노이 노이바이 국제공항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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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은 27일 모처에서 ‘간단한 단독회담 및 환담’(brief one on one·greeting)에 이어‘친교 만찬’(social dinner)을 갖는다.

이 회동 및 만찬이 북미정상회담 일정의 본격적인‘개시’를 알리는 신호탄이 된다. 양 정상은 이튿날인 28일 영변 핵시설 동결·폐기를 비롯한 비핵화 조치와 연락사무소 개설, 종전선언(평화선언) 등 상응 조치를 주고받는 본격적인 비핵화·평화체제 구축 회담을 진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회담 결과물로 양 정상은 작년 1차 회담에서 합의한 △완전한 비핵화 △새로운 북미관계 수립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등의 구체적 조치를 담은 ‘하노이 선언’(가칭)을 발표할 전망이다. 양 정상이 2차 정상회담에서 어떤 합의를 하느냐에 따라 한반도 비핵화의 속도에 탄력이 붙고 화해·평화의 분위기가 뿌리내릴지, 아니면 또다시 지루한 교착상태가 이어질지 판가름난다.

지난해 1차 정상회담은 사상 첫 북미 정상 간 만남으로 70년 가까운 적대관계 청산의 시동을 걸었다는 역사적 의미와는 별개로 비핵화 조치에 있어 구체성이 부족했다는 비판이 적지 않았다. 이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은 이번 만남에서 1차 회담에서 합의한 △완전한 비핵화 △새로운 북미관계 수립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등을 구체화해‘하노이 선언’에 담아낼 계획이다.

현재 양측은 북한의 비핵화 조치로 모든 핵·미사일 프로그램 동결과 검증, 영변 핵시설 폐기, 완전한 핵폐기를 위한 로드맵 등을, 미국의 상응조치로 종전선언(평화선언), 평화체제 구축 논의 개시, 연락사무소 개설, 제재 완화 등을 협상 테이블에 올려놓고 치열한 수계산을 거듭하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제재 완화와 맞물려 금강산관광과 개성공단사업, 남북 철도·도로 연결 등 남북 경협사업이 북한에 제공할 상응조치의 일부로 제시됐을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구체적인 협상 진행 상황은 알려지지 않고 있지만 일부 사안에 있어 이견이 좁혀지고 있다는 관측이다.

우선 미국이 제공할 상응 조치 중 종전선언과 연락사무소 개설은 합의문에 담길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전날 정례브리핑에서 ‘이번 회담에서 종전선언이 의제에 포함되느냐’는 질문에 “종전선언의 형태가 어떻게 될지는 알 수 없으나 북미 사이에 얼마든지 합의될 가능성은 있다”고 말했다.

연락사무소 개설도 북미관계 정상화의 실질적인 첫걸음을 뗀다는 의미에서 합의문에 포함될지 주목된다. 미국 언론들은 최근 미국 정부가 연락사무소 설치 방안을 진지하게 검토 중이라고 일제히 보도한 바 있어 북한이 성의 있는 비핵화 조치에 나선다면 충분히 합의에 이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북한이 내놓을 비핵화 조치가 어떤 수준일지는 아직 불투명하다. 북핵 협상에 정통한 미국 정부 고위 당국자가 지난 21일(현지시간) 기자들과의 전화브리핑에서 미국이 우선순위를 두고 있는 협상 의제의 하나로 ‘모든 WMD(대량파괴무기, 핵무기와 생·화학무기 등)와 미사일 프로그램에 대한 동결’을 거론하면서 핵·미사일 프로그램의 동결 조치가 주목받고 있다.

이와 관련, 트럼프 대통령은 24일 백악관에서 열린 전미주지사협회 연회에서 “난 단지 (핵·미사일) 실험을 원하지 않는다”면서 “실험이 없는 한은 우리는 행복하다”고 말해 미국이 핵·미사일 시설 동결을 ‘기본목표치’로 설정한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왔지만 이는 자칫 북한이 사실상 핵보유국으로 인정받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

따라서 트럼프 대통령도 영변 핵시설의 폐기까지는 받아내려 할 것으로 여겨진다. 북한 입장에서도 제재완화를 얻어내기 위해 검증을 동반한 영변 핵시설의 폐기에 응할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여기까지만 합의돼도 30년 가까운 북핵 협상 역사에서 한 번도 나아가지 못한 미답의 영역이다. 만약 여기서 더 나아가 핵폐기를 위한 로드맵이 제시된다면 매우 획기적인 진전으로 받아들여질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김진호기자 kjh@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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