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권 여당의 ‘남 탓’ 고질병이 중증 수준으로 치닫고 있다. 최근 20대의 지지세 붕괴와 관련하여 설훈 민주당 최고위원은 언론 인터뷰에서 ‘이명박·박근혜 정부 때 교육 탓’이라는 취지로 말했다. 홍익표 수석대변인도 한 토론회에서 20대의 보수화를 거론하며 이전 정권의 ‘반공교육이 문제’라고 한 발언이 뒤늦게 논란이 되고 있다. 더욱이 사태수습을 놓고 당내 자중지란까지 일어나 한심한 모습을 연출하고 있다.

설훈 최고위원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분들(20대)이 학교 교육을 받았을 때가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이었다”며 “지금 20대를 놓고 보면 그런 교육(민주주의 교육)이 제대로 됐나 하는 의문은 있다”고 말했다. 20대 지지율 하락의 원인을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민주주의 교육을 못 받았기 때문이라고 지적한 것이다.

민주당 홍익표 수석대변인의 발언도 뒤늦게 논란이 됐다. 홍 의원은 국회에서 열린 ‘5·18 망언과 극우 정치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토론회에서 “왜 20대가 가장 보수적이냐. 그 당시 학교 교육이라는 것이 거의 반공교육이었다”고 말했다. 한동안 잠잠한 듯하던 여당의 ‘이명박·박근혜 탓’ 프레임이 내부적으로 여전하다는 사실이 적나라하게 노출된 셈이다.

20대가 많이 이용하는 커뮤니티에는 설 의원과 홍 수석대변인의 발언을 놓고 “민주당은 잘 된 것은 자기 덕이고 잘못된 것은 모두 남 탓을 한다”며 무책임하다는 비판이 줄을 이었다. 정치전문가들은 “민주당이 내가 하는 일은 도덕적으로 옳지만 잘못된 것은 남 핑계를 대는 것이 체질화돼서 이런 발언이 나온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논란이 확산되자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머리 숙여 사죄한다”며 진화에 나섰다. 그러나 발언 당사자 중 하나인 홍익표 대변인이 곧바로 “사과에 동의하지 않는다”며 공개 반발하는 등 혼란상을 드러내고 있다.

온갖 부정적인 현상들을 매사 전 정권의 잘못으로 매도하고 있는 민주당의 ‘남 탓’ 습성은 참으로 끈질기다. 경제정책 실패를 ‘전 정부 경제 실정의 후과(後果)’로 돌리는 일에서 눈살을 찌푸리게 하더니 이제는 자기 정당에 대한 지지율 변동마저 ‘전 정권 아래에서 교육을 잘못 받은’ 탓으로 돌리는 황당하고 쪼잔한 행태를 보이고 있다. 특히 20대가 ‘반공교육을 받아서 문 대통령에게 등을 돌리고 있다’는 논리의 그림자 뒤에 숨은 야릇한 확신은 모골을 송연하게 한다. 많은 이들이 20대가 촛불시위에 가장 많이 참여한 것도 ‘반공교육’ 탓인지를 되묻고 있다. 민주당은 집권 여당으로서 최소한의 자존심마저 팽개친 비겁한 인식의 틀을 하루빨리 깨부수고 겸양지덕을 회복하길 충고한다. “실언이 아니라 진심일 것”이라는 김병준 한국당 비대위원장의 분석이 부디 사실이 아니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