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인류 최초의 발명품입니다. 어떤 지휘자는 나를 지휘봉으로 사용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어떤 의사는 저를 치료 도구로 쓰기도 하죠. 건축 재료로 저를 사용해 집을 짓는 사람도 있습니다. 아마도 당신은 분명 최근 일주일 동안 나를 한 번 이상 사용했을 겁니다. 나는 누구일까요?

정답은 ‘이쑤시개’입니다. 네안데르탈인이 어긋난 치아 교정을 위해 이쑤시개를 사용했다는 발견으로 인해 이쑤시개는 인류 최초의 발명품으로 등극합니다. 지휘자 발레리 게르기예프는 이쑤시개를 가끔 지휘봉으로 사용합니다. 주로 맨손으로 지휘를 하지만 가끔 손이 심심할 때는 이쑤시개를 들고 지휘를 한다지요? 차이나 항공 CA1478편. 카슈가르에서 우르무치로 향하는 비행기에서 30대의 한 남성이 갑자기 입에 거품을 문채 쓰러집니다. 승무원들은 기내 방송으로 혹시 의사가 있으면 도와 달라 요청합니다. 티엔 위는 곧장 환자에게 달려가지요. 이 노련한 의사는 이쑤시개로 환자의 지압점을 찾아 마사지를 합니다. 남자는 5분 만에 의식을 되찾고 목숨을 건집니다.

도쿄의 번화가 긴자 한 모퉁이에 ‘사루야’라는 가게가 있습니다. 이쑤시개만을 파는 전문점입니다. 창업은 1704년. 315년 세월 동안 이쑤시개 단 한 가지 품목으로 가게를 유지하고 막대한 매출을 올립니다. 300년을 견딘 상품이라면 장식적이고 예쁠 것이라 생각하지만 실제는 그냥 평범한 이쑤시개입니다. 그러나 장인의 손길로 섬세하게 다듬어진 좋은 재료의 명품 이쑤시개는 곧 하나의 작품입니다. 사루야는 일본 황실에도 납품하지요. 8대에 걸쳐 가업을 이어 오는 사루야 사장은 이렇게 말합니다. “이쑤시개도 세상에 필요한 물건이니 기왕이면 누군가가 사용하기 편리하고 아름답게 만드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사람들이 하찮게 여기는 이쑤시개조차 고전이 있다는 것이 놀랍습니다. 고전을 정의할 때 늘 사용하는 표현이 세월의 풍파를 견딘 책이라는 표현입니다. 호메로스의 일리아스나 공자의 논어는 무려 2천500년 세월을 버텼습니다. 4차 산업혁명이 어떻고, AI 기술이 어떻게 발전한다 해도 사루야의 이쑤시개는 쉽게 사라지지 않을 듯합니다. 300년 세월의 이야기가 거기 담겨 있기 때문입니다.

가장 나다운 것을 찾는 것이 앞으로의 생존 전략입니다. 거기 내 이야기를 오롯이 담아낼 때 변화의 거센 물결이 우리를 휩쓸고 지나도 든든히 살아남을 수 있을테니까요. 이쑤시개를 사용할 때마다 한 가지 생각할 일이 생겼습니다. /조신영 인문학365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