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준섭변호사
박준섭 변호사

최근에 5·18민주화운동으로 시끄럽다. 5·18민주화운동에 북한군이 투입된 살인폭동으로 폄훼한 지만원을 국회에 초청해 발언한 것은 물론이고 자유한국당 의원들도 같은 취지의 발언을 한 것을 계기로 크게 논란이 되고 있다. 이들이 당대표와 최고위원에 출마한 이들이라는 점에서 자유한국당 자체의 정체성 문제로까지 이어지는 분위기다.

이 발언들은 5·18민주화운동의 정통성을 결정적이고 치명적으로 훼손하는 발언이어서 결국 보수당인 자유한국당이 우리 현대사에서 민주주의를 어떻게 인식하고 있느냐의 문제로도 직결되고 있는 상황이다.

자유한국당이 보수통합을 통해 범보수를 재건하는 것으로 방향을 잡은 것은 바람직하다. 그러나 통합이라는 이름 아래에 보수주의의 그릇에 아무 가치나 담을 수는 없다는 여론이 들끓는 것도 명심해야 한다. 이는 자유한국당이 전체주의국가로 갈 수밖에 없는 인민민주주의의 가치를 우리 헌법상의 민주주의의 내용으로 결코 담을 수 없다고 민주당 정부에 대해 단호하게 말하는 것과 같다.

우선 북한군의 5·18민주화운동 광주개입설은 사실이 아니다. 최근까지 밝혀진 여러 가지 신뢰할 만한 자료들에 의하더라도 이는 사실이 아니다. 당시 계엄사령관이었던 이희성과 보안사 정보처장이었던 권정달은 검찰 조사 시에 북한군의 개입사실이 정확한 원인분석에 의한 결과는 아니라고 진술한 바 있다. 대표적인 보수논객인 조갑제 씨조차도 그의 저서에서 직업적 관찰자로서 지역과 좌우를 무시하고 사실에 기초한 것이라고 하면서 북한군의 광주개입설은 사실이 아니라고 단언하고 있다.

자유한국당이 5·18민주화운동의 가치를 훼손하는 것은 보수당이 가지고 있는 소중한 민주화 전통을 스스로 훼손하는 것이라는 것으로 인식해야 한다. 그것은 우리나라의 보수당의 전통이 산업화세력과 민주화 세력의 연합에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보수당은 초기에 산업화세력이 자유를 유보하고 산업화를 추진하는 정책을 펴다가 산업화를 어느 정도 이룬 다음에 민주화 세력인 김영삼이 합류했다. 이후 김영삼은 보수당의 당수가 되어 활동하다가 집권하게 되면서 금융실명제를 실시하고 육군사관학교 출신인 하나회를 해체하는 등 민주주의를 확고히 했다. 그 이후에야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이 우리나라의 민주주의를 안정화시킬 수 있었다.

우리는 지금까지 보수당이 산업화세력만 대변하면서 민주주의의 가치를 실현해 오지 못한 것처럼 오해하고 보수당이 우리나라 민주주의에 이바지한 측면을 소홀히 해온 것도 사실이다. 아마 김영삼 대통령의 경제실정으로 인해 국민이 겪어야 했던 IMF의 고통이 너무 커서 민주주의의 공이 잘 안 보였던 측면도 작용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제는 보수당이 현대사에서 민주주의의 가치실현에 기여한 점을 정당하게 평가받아야 할 때가 됐고 우리나라의 보수당이 산업화의 전통과 민주화의 전통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 ‘국민의 정당’이었다는 것을 인식할 때도 도래했다는 평가다.

역사는 국가공동체의 영광의 이야기, 희생의 이야기, 해방의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우리가 선배세대의 희생과 노력으로 인해 한사람당 연소득이 70달러도 안되던 가난한 나라에서 이제는 세계 10위권의 산업국가로 성장한 이야기는 하나의 영웅들의 이야기이고 외국에서도 회자되는 하나의 신화이다. 마찬가지로 4·19의거, 5·18민주화운동, 명예로운 87체제로 이어지는 우리나라 민주주의의 희생과 성취의 이야기 또한 후세대에게 끊임없이 들려 줄 자랑스러운 현대의 신화이어야 한다. 이런 점들을 생각할 때 민주주의실현에 기여해 온 자유한국당이 5·18민주화운동의 가치를 훼손하는 행위에 대해 단호히 거부해야 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