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지역 현안을 정부에 전달하고 해결하겠다며 결성한 TK특위(TK발전특별위원회)가 정부의 철저한 ‘TK 패싱’ 국면에서 ‘꿀먹은 벙어리’ 행세여서 입줄에 오르내리고 있다. ‘탈원전’ 정책 유탄, 대구공항 통합 이전, 예산 패싱, 가덕도 신공항 추진 논란, SK하이닉스 구미 유치 불발 등 지역 현안에 대한 목소리를 제대로 내지 않은 채 자유한국당과 정쟁에만 몰두하는 등 지역민들의 기대에 너무 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TK특위는 지난 22일 대구시와 경북도 관계자들을 불러 2020년 국비 예산 건의를 주제로 회의를 열었지만 위원들이 대거 불참해 사실상 반쪽짜리 회의로 전락했다. 지역 핵심현안이 논의된 이날 회의에는 TK특위 위원장인 김현권(비례대표) 의원과 TK지역 원외위원장들만 참석했을 뿐 설훈, 박광온 최고위원 등 TK특위 핵심위원들은 얼굴조차 내밀지 않았다.

무엇보다도, TK특위가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동남권 신공항 문제에 대해 특별한 언급을 하지 않은 것은 차원이 다른 심각한 문제다. 문재인 대통령의 ‘가덕도 신공항’ 발언 등 부산·울산·경남(PK)을 향한 여권의 구애가 TK홀대론으로 이어지는 상황에서 언급이 없다는 것은 TK특위가 지역 현안에 대한 해결 의지가 없어 보인다는 인식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지역 여권 인사들의 난감한 처지를 이해한다고 하더라도 문 대통령발(發) ‘동남권 신공항’ 문제에 관한 논의 및 대응 방안과 ‘대구공항 통합 이전’ 등에 대해 일언반구도 없다는 것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는 게 중론이다. 더욱이 SK하이닉스 구미 유치 불발과 사실상 유치가 무산된 원전해체연구소도 마찬가지다. TK특위 차원의 항의성 메시지조차 없다.

민주당이 한동안 TK유권자들에 들인 공과 지역민심의 변화는 유례없는 수준이었다. 2012년 18대 대선 때 불과 9%에 그쳤던 대구에서의 지지도는 2017년 19대 대선에서 21%, 2018년 6·13지방선거에서 39%로 치솟았다. 경북에서도 마찬가지였다. 18대 대선에서 19%에 그쳤던 지지도는 2017년 대선에서 21%, 2018년 지방선거에서 34%로 급격히 올랐다. 이 같은 결과는 TK민심이 민주당에 대한 신뢰도가 그만큼 높아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도 정부에서 거듭 취하고 있는 ‘TK 패싱’ 행태와 TK특위의 ‘모르쇠’ 언행은 지역민들에게 배신감을 안겨 주기에 충분하다. 지역의 여당 인사들이 ‘표’만 먹고 지역 이익에 대해서는 무책임하다는 비난을 회피할 길이 없게 생겼다. 아무리 자신의 정치행로 문제에 얽매어있다고 해도 정치를 이렇게 하는 것은 아니다. 이래 가지고서야 무슨 ‘선진정치’를 일궈낼 것인가. 민주당의 TK특위는 무책임한 정치행태를 지속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