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희 덕

녹슨 바늘을 집어라 실을 꿰어라

서른세 개의 압정에 박혀 나는 아직 팽팽하다

나를 처음으로 뚫고지나갔던 바늘 끝

이 씨앗과 꽃잎과 물결과 구름은

그 통증을 지금도 기억하고 있다

기다리고 있다

헝겊의 이편과 저편, 건너가면

다시 돌아올 수 없는 언어들로

나를 완성해다오

오래 전 나를 수놓다가 사라진 이여

고운 색실을 땀땀이 꿰어 아름다운 세상을 일으켜 세우던 수틀을 회상하면서 시인은 섬세한 수틀에서 이뤄지던 꽃잎과 물결과 구름 같이 자신의 시가 만들어가는 절제되며 깊은 의미의 망을 이뤄가는 것을 꿈꾸고 있음을 읽을 수 있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