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차로에서 음주 운전자가 7중 추돌 사고를 냅니다. 학교 도서관에서 공부를 마친 동생을 마중하러 왔던 오빠는 활활 타오르는 조수석의 동생을 꺼내기 위해 안간힘을 씁니다. 대학 4학년 동생은 전신 55% 3도 화상을 입습니다. “곧 사망할 수 있으니 미리 작별 인사를 나누세요.” 의사의 말이 귓전을 때립니다.

폐에 가득 찬 유독 가스를 빼기 위해 튜브를 박은 채 중환자실에서 사투를 벌입니다. 화상 입은 다리는 피부가 다 사라지고 생닭처럼 흐늘흐늘한 근육과 노란 지방덩어리, 흰색 뼈가 고스란히 드러납니다. 깊은 절망에 빠져듭니다. 잘 알려진 이지선씨 화상 이야기입니다. 이지선씨는 “왜 하필 나인가요?”부르짖으며 자신의 운명에 대한 원망으로 힘겨운 시간을 보냅니다. 어느 날 문득 “하필이면 나? 그렇다면, 나 대신 누군가 다른 사람이 다쳤어야 하니?” 깨달음이 밀려옵니다. 나는 다치면 안되고 다른 사람은 다쳐도 괜찮다는 생각에 소스라치게 놀란 그녀는 마음을 바꾸기로 결심합니다.

“하루 한 가지 감사할 것들을 찾아보기로 했어요.” 매일 한 가지 엄마와 감사거리를 찾는 연습을 합니다. 화상을 입지 않은 두 발에 시선이 머물지요. “찾았어요. 엄마. 불에 타지 않은 두 발, 씻을 수 있는 두 발이 있다는 게 정말 감사해요.” 마음을 추스른 그녀는 한 가지 결심을 합니다. “책을 쓰자! 나보다 더 큰 절망과 고통을 당해 인생을 포기하고 싶은 그 누군가에게 내 상황은 새로운 힘을 줄 수도 있을지 몰라.”

찰스 스윈돌 박사는 말합니다. “인생에서 내게 벌어진 일이 10%라고 하면 그 일에 대한 내 반응이 나머지 90%를 결정한다.” 인생이란 10장의 카드가 주어지는 게임이고 1장은 이미 드러난 패, 나머지 9장은 히든카드입니다. 어떤 순서로 카드를 내미는가에 따라 승부는 완전히 달라질 수 있지요.

힐링 캠프에 출연했던 지선씨는 말합니다. “오늘 TV로 제 흉한 모습을 보신 분들이, 이렇게 생각할지 몰라요. 저렇게 끔찍한 사고를 당하고도 대단한 삶을 살아가는데, 나는 뭐지? 멀쩡한 몸을 갖고 건강한데 더 잘 살아야지, 감사해야지. 이렇게 생각하지 않으셨으면 해요. 저와 비교해 감사가 나온다면, 미모의 여자 MC분과 비교하면 당장 불행으로 바뀔 수밖에 없는 거죠. 비교하지 않고 진짜 내 모습으로부터 우러난 감사였으면 좋겠어요.” 살아오면서 가장 행복했던 순간이 언제였느냐는 마지막 질문에 이렇게 말합니다. “지금 이 순간이요.”

/조신영 인문학365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