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멤버’ 이후 19년 만에
정규 앨범 ‘올드&뉴’ 발표
“변화 없으면 발전도 없어”

데뷔 50주년을 맞은 가수 김세환이 최근 서울 종로구 연합뉴스 사옥에서 인터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세환은 19년 만의 새 앨범 ‘올드&뉴’(Old & New)를 발표했다. /연합뉴스
가수 김세환(71)은 신곡을 낸 것이 까마득한지 “족히 35년은 더 된 것 같다”고 기억을 더듬었다. “일흔살이 넘어 신곡을 낼지 몰랐다”는 말끝엔 부드러운 미소가 따라왔다. ‘사랑이 무엇이냐/ 무엇이 사랑이더냐~’. 입에 붙은 신곡 가사도 콧노래처럼 흥얼거렸다.

데뷔 50주년을 맞은 김세환이 정규 앨범 ‘올드 & 뉴’(Old & New)를 발표했다.

앨범 출시는 2000년 두 장의 리메이크 앨범 ‘리멤버’(Remember) 이후 19년 만이다.

신보에는 신곡 4곡과 1970년대 청바지와 통기타 세대를 사로잡은 히트곡 4곡이 자리했다.

최근 종로구 수송동에서 만난 그는 “녹음실에 들어가니 설레면서도 긴장됐다”며 “녹음 며칠 전부터 소금물 먹으며 목 관리를 잘 했는데 막상 부르려니 목이 잠기더라. 굉장히 당황했다”고 떠올렸다.

마음먹기는 어려웠지만, 신곡을 내기로 작정하자 의욕이 생겼다. 선곡에 공을 들이며 2곡짜리 싱글 계획은 앨범으로 확장했다. 몇몇 작곡가들은 그에게 젊은 날의 연장선인 이지 리스닝 계열 포크 곡들을 건넸다. 그는 “변화가 없으면 발전도 없다”고 생각했다. ‘내 나이가 어때서’를 만든 작곡가 정기수에게서 팝 트로트 곡 ‘사랑이 무엇이냐’를 받고서야 무릎을 쳤다. “이런 곡이 재미있지!” 50년 만에 처음 트로트에 도전한 계기다.

“(트로트에 대한) 선입견요? 그런 건 없어요. 플라시도 도밍고라고 팝을 안 부르나요? 하나만 고집하는 것은 아집이죠. 전 모든 장르에 열려 있어요.”사실 ‘사랑이 무엇이냐’는 조항조가 2015년 ‘사랑이 밥이더냐’로 먼저 발표했지만 주목받지 못한 노래다. 그러나 가사와 편곡을 바꾸고, ‘꺾임’ 없는 김세환의 담백한 창법이 입혀지니 새 노래가 됐다. 특히 도브로(금속 반향판이 달린 어쿠스틱 기타) 연주를 넣은 것은 영민한 한 수다. 구성진 멜로디에 어쿠스틱 감성의 리듬감이 깃들어 급격한 변화가 중화됐다. “도브로 연주 아이디어는 제가 냈어요. 민요에서 가야금처럼 컨트리 음악의 필수 악기거든요. 가요에선 거의 쓰이질 않아 막 유학에서 돌아온 연주자를 어렵게 섭외했죠.”정기수 작곡가는 김세환이 “다른 곡은 또 없냐”고 할 때마다 한 곡씩 꺼내왔다.

다채로운 신곡 4곡이 모두 그의 손에서 나왔다. ‘정말 그립다’는 노랫말이 마음에 쏙 들었다. ‘청바지 통기타 하나면 세상이 전부 내꺼 같던/ 그 시절이 난 너무 그립다’(‘정말 그립다’ 중) 기타리스트 함춘호의 연주로 포크 감성이 아련한 ‘비가 오면 어느새’, 흥겨운 록 사운드가 가미된 ‘내 세상’도 추가됐다.

반세기 음악 인생의 지렛대가 돼준 대표곡들은 정갈한 기타 사운드로 다시 편곡했다. ‘심플 이즈 더 베스트’(Simple is the best)란 생각에서다. 그중 ‘사랑하는 마음’, ‘길가에 앉아서’, ‘비’는 각각 송창식, 윤형주, 이장희 등 쎄시봉 멤버들이 만들어준 명곡이다.

그는 새 앨범도 가수와 작곡가, 음반제작자의 운이 맞아야 하니 결과는 자신의 운명이라고 빙긋이 웃었다.

“바쁠 거 있나요. 사부작사부작, 거북이 마라톤을 해보려고요. 그래야 홀가분하게 웃으며 노래할 수 있죠. 음악은 제 삶이니까요.”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