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영일대 관광객들 고개 갸우뚱
알고 보니 심오한 뜻 내포

20대 연인이 포항 영일대 광장에서 칼 대신 붓을 든 이순신 장군 동상을 유심히 살펴보고 있다.
20대 연인이 포항 영일대 광장에서 칼 대신 붓을 든 이순신 장군 동상을 유심히 살펴보고 있다.

포항 영일대해수욕장을 찾은 관광객들이 칼 대신 붓을 든 이순신 장군 동상을 보고 고개를 갸우뚱하고 있다. 이들 관광객들은 “생뚱맞다. 역사왜곡이다. 펜이 칼보다 강함을 강조한 것 같다”며 다양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22일 오후 대구에서 왔다는 30대 연인은 “갑옷을 입은 이순신 장군이 칼 대신 붓을 잡고 역사책을 겨드랑이에 낀 모습이 생뚱맞다”며 “역사왜곡이란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진주에서 온 20대 연인은 “붓을 든 이순신 장군 동상은 처음 본다”며 “펜이 칼보다 강하다는 사자성어가 떠오른다”고 했다.초등학생들은 “열심히 공부하라는 뜻으로 생각된다”고 했고, 60대 주차관리원은 “문민정부를 강조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포항지역 여대생들은 “칼 대신 붓을 쥐고 있는 이순신 장군과 동상 아래 새겨져 있는 ‘바른 역사의식이 나라를 지킨다’란 글귀가 서로 조화를 이루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유용태 서울대 교수(역사교육학과)는 “조선시대 명장 이순신 장군이 유명한 난중일기를 남겼지 않느냐”며 “큰 문제는 없다. 작품을 기증받은 포항시의 뜻을 물어보는 것이 중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포항 영일대 광장에 세워진 이순신 장군 동상. 동상 뒤로 포스코와 독도항로가 보인다.
포항 영일대 광장에 세워진 이순신 장군 동상. 동상 뒤로 포스코와 독도항로가 보인다.

포항시 해양산업과 관계자는 “독도를 빼앗으려고 억지 주장을 펴는 일본에 맞설 수 있는 방법은 올바른 역사교육을 통해 제대로 된 역사의식을 키우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며 “광고연구소가 이런 발상에서 시작해 국토수호의 상징인 이순신 장군 동상을 제작, 독도로 가는 배가 드나드는 포항 항구에 세운 것 같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지역 조형물 작가들은 “이순신 장군 동상 아래 적절한 작품 해설을 해 둔다면 불필요한 논란을 잠재울 수 있고, 작품을 빛나게 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순신 장군 동상은 NH 농협이 기획하고, 조형물과 시각적 언어로 국내의 주요 현안에 대한 공익적 메시지를 던지고 있는 이제석 광고연구소가 제작해 포항시에 기증했다. 동상은 영일대해수욕장의 명물인 해상전망대 ‘영일대’ 앞 광장에 설치, 2013년 12월 일반에 공개됐다.

/김규동기자 kdkim@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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