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용재 변호사

지금 베트남은 북미 정상회담으로 열기가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베트남은 이번 기회를 국위를 선양하고, 북미와 동시에 관계를 개선하는 기회로 삼고자 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특히 앞서 미국과의 직항로까지 개설돼 분위기를 돋우고 있다. 내친 김에 한발 더 나아가 미국의 공적 자금의 유입까지 기대한다. 현재 베트남에서의 북미 정상회담은 가장 중요한 이슈로 떠올라 있다. 현지 매스컴이 연일 헤드라인을 장식하고 있고, 국민들의 환영분위기 또한 잔칫집이나 다름없다.

이곳 한국인 사회의 열기도 마찬가지다. 전쟁 대치상태에서 벗어나 평화해빙무대로, 공존번영의 세계로 나아간다는데 반대할 한국인들은 없을 것이기에 북미정상회담에 거는 기대가 크다. 많은 한국인들이 ‘이제 베트남에서 북한으로 사업장을 옮겨야 하는 것이 아닌가?’하고 흥분하는 광경을 쉽게 목도할 수 있다. 민족끼리 잘 살게 되는 세상이 온다하는데 어느 누가 마다하겠는가. 서로 윈윈(win-win)하면서 통일로 성큼 나아간다면 그보다 더 좋은 일은 없을 터다.

북한의 잠재적 가치는 베트남에서도 관심거리다. 10대 광물 잔존가가 3천200조원(2016년 기준, 광물자원공사)에 달한다는 등 뉴스마다 화제 집중이다. 하노이에서 사업을 하고 있는 한국경제인들도 북한은 숙련도는 높으나 비용은 낮은 노동력에다 같은 문화와 언어 등 남한 경제인들이 바라는 요소들이 많아 세계 어떤 곳보다 매력으로 꼽는다. 베트남 한인사회 입장에선 당연히 북미회담 결과를 주시할 수밖에 없고, 북한개방에 큰 희망을 걸고 있다.

하노이에서 생활하고 있는 필자 역시 이번 북미회담에서 기대 이상의 성과가 나오길 소망하고 있다. 그러나 마음 한쪽에서는 무언가 모를 불안감도 엄습함이 사실이다. 하노이에서 만나는 지식인들로부터 북미회담 물밑 소식들을 접할 때가 꽤 있다. 이들도 북미회담이 겉은 화려하나 한국인들이 바라는 수준까진 아닐 것이라고들 전한다. 테드 크루즈와 로버트 메넨데스 같은 미국 상원 중진들의 ‘유엔 또는 미국의 대북제재 위반 경고’ 메시지를 비롯 펠로시 하원의장의 ‘비핵화가 아닌 무장해제’ 충고, 미국 정보기관이나 군대간부(필립 데이비슨 인도태평양 사령관)들의 ‘비핵화가 아닌 핵동결’ 가능성 예견 등을 예로 들면서 한국인들은 이런 때일수록 더 냉정해져야 한다는 충고까지 곁들이기도 한다.

지금 베트남에 있는 한국기업들이 가장 많이 신경을 쏟는 것이 대북제재 위반으로 만에 하나, 미국으로부터 1차 보이콧 또는 세컨더리 보이콧을 당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다. 베트남에 나와 있는 경제인들은 한국의 대표적 기업인 삼성전자의 대규모 공장이 있기에 그동안 이 부분을 더욱 조심해 왔다. 이번에 북한의 김정은 위원장이 삼성전자 공장을 방문할 지도 모른다는 이야기가 들리자 관련 기업인들은 대북제재 위반 부분을 다시 들여다보고 있다고 한다.

필자는 이번 하노이 북미회담에서는 비핵화(핵무기의 완전폐기)가 아니라 핵동결(핵무기를 보유하되 추가 실험금지, 단계적 핵사찰)로 결론이 나지 않을까 생각한다. 만일 그렇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 이제까지 북한의 전례를 보면, 단계적 핵사찰은 약속하지 아니한 것이나 다름없다. 시간만 끌면 그만이다. 남은 것은 북한의 핵무기이다. 그 부담은 핵무기를 머리에 이고 사는 오로지 한국의 몫이다.

한국의 명운이 타인들의 손에 놓여있다는 것을 안타깝게 느끼는 것은 한국인이라면 공통된 감정일 것이다. 우리 국가 지도자들은 당파를 떠나서 그 당사자들에게 우리의 입장을 올바르게 전달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우위에 있는 것은 우리 국민의 생명과 재산의 안전, 자유와 행복, 번영의 보장이다. 나머지는 그 다음의 문제이다.

지난해 크리스마스 때, 하노이 미딩경기장에서 베트남-북한 친선 축구경기가 있었고, 한국인들이 함께 모여 경기를 지켜봤다. 박항서 감독이 취임한 이래 일군 성과물로, 덕분에 한국이 베트남인으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고 있을 때였다. 결과는 1:1 무승부. 치열한 접전을 벌인 당시 쌍방의 멋진 경기는 지금도 자주 베트남인들 사이에 회자되고 있다. 이번 북미회담도 수 싸움에 양측의 기력이 총동원될 것이다. 그 사이에 한국이 끼여 있다. 일각에서 제기되는 우려와는 달리, 한국인들이 쌍수로 환영하는 반가운 결과가 나오길 기대 또 기대한다.

◇배용재씨는 하노이에서 법률법인 대표로 일하고 있다. 포항고와 서울법대를 졸업했으며 대구지검 검사와 영덕지청장을 역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