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목욕탕 화재 예고된 인재
근린생활시설 아니란 점 악용
자체점검서 ‘개선’ 지적받고도
스프링클러 설치 등 대책 미뤄
지난해 안전대진단서도 제외
당국·업자 모두 ‘안전 불감증’

대구 포정동의 대보사우나 화재는 ‘예고된 인재’였음이 드러나고 있다. 특히, 사우나 업주의 노후건물 관리 미비와 대구시·소방당국의 불성실한 관리점검이 도마에 오르고 있다. <관련기사 4면>

화재가 발생한 포정동 대보상가는 건축 후 40년이 지난 노후 건물이다. 지상 1·2층은 상가, 3층은 찜질방, 5∼7층은 아파트다. 4층부터 7층까지는 3층 옥상에서 2m 가량 안쪽으로 들여 지었다. 노후건물인 만큼, 지난 2012년 9월 시행된 소방시설법의 적용도 받지 않고 있다. 이로 인해, 화재는 가연성 소재로 된 천장 마감재를 타고 번졌다. 천장에 40년 가까이 쌓인 먼지가 화약처럼 불을 빠르게 번지게 했다는 것이 소방관계자의 설명이다. 창문도 모두 밀폐돼 있었다.

화재가 발생한 대보사우나에는 목욕탕과 같은 근린생활시설(바닥 면적 합계가 1천m²이상)에 설치해야 하는 스프링클러도 없었다. 대보사우나는 상가 관리위원회의 두 차례 자체 조사에서 “전반적으로 설비가 열악하다”는 지적을 받았음에도 이를 개선하지 않았다. 화재가 발생한 대보사우나가 10명이 채 들어가지 못하는 사우나 시설만 있어 설치 대상이 아니라는 점을 악용한 셈이다. 편법이 통한 것.

19일 현장을 방문한 김부겸 행정안전부장관도 ‘스프링클러가 없는데, 지적사항이 아니었느냐’는 질문에 “수차례 지적한 것으로 알고 있지만, 강제할 수 없는 것 아니냐”고 말해, 정부 정책이 실효성 없는 행정임을 실토했다.

여기에 대구시와 소방당국의 안일한 관리와 점검도 문제가 되고 있다. 대보상가는 지난 해 두 차례의 소방 안전점검을 받았지만, 불이 난 대보사우나는 점검에서 제외됐다.

대구시와 중구청은 지난 해 2월 행정안전부 주관의 국가안전대진단을 실시했다. 당시 대구시는 1천곳의 소규모 다중이용시설 등을 점검하고, 전담인력을 구성해 지속적으로 점검하고 괸리하겠다고 공언했다. 아울러 방화문의 기능 강화를 추진하고 건축물 외부 마감재의 불연재 사용 규정을 개선하겠다고도 했다. 하지만 화재가 발생한 대보사우나는 점검 대상에서 빠져 있었다.

중부소방서도 지난 해 복합스파시설 합동안전점검 과정에서 4층의 대보사우나를 제외했다. 이후 3층의 향촌하와이에 대해서만 점검을 실시하고 “안전하다”는 진단을 내렸다. 대보사우나는 일반 대중목욕탕, 향촌사우나는 복합스파시설로 각각 등록됐다는 이유다. 향촌사우나는 2004년 영업허가를 받아 비교적 엄격한 소방법을 적용받은 곳이다.

이와 관련, 지역 주민들은 이해가 안된다는 반응이다. 인근 주민인 A씨는 “말로만 점검한다고 하고 대충 해놓은 것이 사람을 죽게 만들었다”면서 “예고된 인재라는 말이 틀리지 않다”고 했다.

한편, 화재가 발생한 대보사우나가 보험에 가입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피해자들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주민들은 아파트 주민위원회를 구성하고 대구시와 관계당국에 복구계획과 보상 등을 요청할 계획이다.

/박순원기자 god02@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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