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계 시작한 2000년 이후 최고
올 1월엔 5.6%로 상황 더 ‘심각’
포항·구미 등 주력산업 침체에
지역 전반적 고용 생태계 붕괴

지난해 경북의 실업률이 지역별 통계작성을 시작한 이후 최대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포항의 철강산업과 구미의 휴대전화·디스플레이 등 주력산업이 부진한 가운데, 최저임금이 2년 연속 큰 폭으로 오르며 고용생태계가 붕괴됐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0일 통계청이 발표한 ‘지역경제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경북의 실업률은 4.1%로, 4.6%를 기록한 울산과 함께 지역별 실업률을 집계한 2000년 이후 가장 높았다. 실업률 상승폭 역시 각각 1.3%포인트, 1.1%포인트로 역대 최대였다.

경북은 올해 1월들어 상황이 더 심각해졌다. 실업률이 5.6%까지 치솟았는데, 이는 전년 동월과 비교해 1.6%포인트, 지난해 평균인 4.1%보다 1.5%포인트 폭증한 수치다. 외환위기 여파로 어려움을 겪던 2000년 실업률 3.4%보다도 2.2%포인트나 높았다. 최악의 최악을 갱신해나가는 꼴이다. 실업자도 8만2천명으로 전년동월과 비교해 2만4천명(41.4%)이나 증가했다.

경북은 주력산업 부진으로 기업의 구조조정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경기가 어려워 서민들이 주머니를 열지 않으면서 수입이 줄어든 고용주들이 인건비를 아끼려고 고용을 꺼리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한 해 경북지역 청년층(15∼29세)의 실업률이 9.5%를 기록한 점이 이를 방증하고 있으며, 지역의 청년실업이 심각한 수준임을 나타냈다.

고용률과 취업률도 최악이다.

지난 한 해 취업자 수는 142만7천명으로 전년과 비교해 2만명(-1.4%) 감소했고, 고용률은 61.6%로 -0.9%포인트 줄었다. 산업별로는 사업·개인·공공서비스업 부문이 2만7천명이나 감소했으며, 건설업 8천명, 제조업 7천명 부문 등도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직업별로는 사무종사자가 1만1천명, 기능·기계조작·단순노무종사자 1만1천명, 서비스·판매종사자 8천명 등의 순으로 줄었다.

철강경기 침체와 각국의 보호무역주의 확산 등으로 어려움을 호소하는 포항철강산업단지도 최근 3년 동안 고용이 줄어드는 추세다. 2016년 1만4천789명을 고용했는데, 지난해에는 1만4천418명을 고용하는 데 그쳤다.

삼성과 LG 등 대기업이 들어선 구미지역도 상황이 녹록지 않다. 휴대폰과 디스플레이 등 주력산업이 힘을 잃으면서 현장인력을 줄이려고 희망퇴직을 받는 등 구조조정이 꾸준히 이뤄지고 있다. 구미 삼성전자 네트워크사업부는 오는 4월까지 구미사업장 일부 부서를 수원에 있는 디지털미디어시티로 통합할 계획이다. 구미를 떠나는 정확한 인원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전체 인원 400여 명 중 절반 가까이 구미를 떠날 것으로 예상된다. 그만큼의 일자리가 사라지는 셈이다.

경북도민들의 한숨은 깊어가고 있다. 지역 경제를 견인하고, 수많은 일자리를 창출할 대형국책사업들이 좌초되거나, 다른 지역에 빼앗길 처지에 놓였기 때문이다.

포항시민 김성혁(63·북구 양학동)씨는 “구미가 유치하려고 하는 SK하이닉스 반도체 클러스터는 용인이, 경주 유치가 유력했던 원자력해체연구소는 부산·울산이 빼앗아갈 공산이 커져서 걱정이다”면서 “지역 경제가 살아나려면 일자리 창출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안찬규기자 ack@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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