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적으로 공급량 늘어난데다
소비심리 위축까지 겹치면서
올들어 1단에 2천원 이상 하락
방풍나물값도 절반 이하로 ‘뚝’
지역농가들 “대체작물 고민”

20일 포항시 남구 연일읍의 한 비닐하우스에서 농민들이 시금치를 선별해 포장작업을 하고 있다. /이시라기자 sira115@kbmaeil.com
“농사를 그만둬야 할지 고민입니다.”

포항시 남구 연일읍의 한 비닐하우스에서 15년째 포항초(시금치) 농사를 지어온 농민의 말이다. 본격적인 포항초 수확철(11월∼4월)을 맞아 그는 몸이 두 개라도 부족할 만큼 바쁘지만, 마냥 기쁘지만은 않다. 포항초 값이 반 토막 났기 때문이다.

그는 “작년에 태풍 콩레이가 지나가면서 포항지역 포항초의 수확량은 줄었는데 전국 총 공급량이 늘어나면서 작년보다 더 싸게 팔리고 있다”며 “인건비랑 퇴비 값, 비닐하우스 유지비를 주고 나면 남는 게 없다. 본전치기라도 하면 다행이다”고 토로했다.

지역 농민들의 고소득 작물로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는 포항지역 대표 농산물인 포항초와 방풍나물 가격이 폭락하면서 재배 농민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20일 포항시 등에 따르면 지난해 1단에 3천500원이었던 포항초가 올해는 1천500원으로 2천원이나 내려간 가격에 소비자들에게 판매되고 있다. 3∼4년 전부터 포항초의 대체 작목으로 재배되는 방풍나물 역시 지난해 2㎏에 1만2천원에 거래됐던 게 올해는 절반도 안 되는 5천원에 공급되고 있다.

포항지역에서 재배되는 포항초와 방풍나물은 영일만에서 불어오는 바닷바람과 적당한 염분 등의 자연조건에서 자라 맛과 영양이 풍부해 전국 소비자들에게 꾸준한 ‘러브콜’을 받아왔다.

포항초의 경우 지난 2016년 기준 농가 380곳에서 2천977t을 생산해 103억 원의 판매액을 기록하기도 했다.

방풍나물은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시중에서 판매되는 양의 95%가 포항지역에서 재배돼 판매됐다.

하지만 전국적인 시금치 재배 농가 수 증가와 경기 침체 등으로 인한 소비심리 위축까지 겹치면서 올해 들어 가격이 급락하고 있다.

방풍나물 농사를 하는 한 농민은 “귀농을 한 지 4년이 지났지만, 올해처럼 수입이 적어 힘든 적은 처음이다. 재배량을 더 늘리고 싶어도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이 70∼80대 할머니밖에 없어 일손도 많이 부족하다”며 “다음 겨울은 올해보다 더 나을 거라는 보장이 없어서 대체작물을 고민하는 중이다”고 말했다.

/이시라기자 sira115@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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