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규열 한동대 교수
장규열 한동대 교수

우리 교육은 어디로 가고 있을까. 우리 사회의 상황을 비판적으로 보면 볼수록, 결국 ‘교육’에 기대를 거는 수 밖에 없다고 한다. 다 자라버린 기성세대에게 무엇인가 새롭고 신선한 감동을 바라기보다 이제부터라도 다음 세대를 제대로 가르쳐 이 나라의 미래가 밝고 맑게 펼쳐지기를 바라는 것이다. 그러기에 미래 세대를 맡아 기르는 선생님들에게 높은 기대를 거는 것이고 그들이 가꾸어낼 후손들에게 이 땅의 장래를 걸어보고 싶은 것이다. 오늘 펼쳐지는 우리 교육은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학생들은 학교와 사회에서 경험하는 교육에 관해서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학생들이 즐겁게 배우고 있는지 그리고 그렇게 배우면 오늘보다 나은 내일이 과연 펼쳐질 수 있을지 사뭇 궁금해진다. 교육을 통하여 나라와 사회는 기대하는 효과를 거둘 것인지 묻고 싶어진다.

최근, 이 나라에서 교육을 받는 학생과 아동들이 그들이 받는 교육에 관하여 연구하고 정리하여 유엔에 제출한 보고서가 있다. 400여 명의 학생들이 참여해 우리 교육현장 경험에 대하여 작성한 ‘유엔아동권리협약 이행 대한민국 아동보고서’의 내용은 이를 처음 접한 유엔 인사들에게는 충격적이었을 터이다. 길고긴 학습시간, 틀에 가둔 듯 억압적인 학습환경, 성적과 평가에 따르는 학업스트레스, 놀 권리를 박탈당한 재미없는 학교분위기, 대학입시가 교육목표인 교육현실. 보고서의 부제목 ‘교육으로 인해 고통받는 아동’은 우리 교육현장에서 교육수혜자여야 할 학생들이 겪는 아픔과 상처를 요약해 주고 있다. 교육으로 인해 당연히 있어야 할 즐거움과 희망은 어디가고 학생들의 마음에 ‘고통’만 기억된다니 이를 어찌해야 하는가.

이들은 보고서의 결론으로, 교육현장에서 적절한 학습시간과 함께 휴식과 여가가 함께 주어지길 바라고, 시민적 권리와 자유가 보장되길 기대하며, 공교육이 본연의 소임과 기능을 회복하여 교육격차에 따라 당한 차별과 억압이 사라지길 원하며 교육의 목표가 대학입시가 아닌 다양한 기회와 폭넓은 가능성을 열어주는 교육이 되어주길 희망한다고 하였다. 드라마 ‘SKY캐슬’은 실제 상황이며 이를 지혜롭게 극복할 방도를 교육계는 찾아야 한다. 보고서를 받은 유엔은 이에 대하여 한국사회를 향한 ‘권고안’을 마련하여 이행을 촉구할 것이라고 한다.

우리 교육은 바뀌어야 한다. 성적에 따라 줄세우고 차별하는 교육을 벗어나 ‘사람을 기르는’ 교육의 소명을 회복하여야 한다. 학생들 사이에 경쟁과 반목을 조장하는 교육 분위기를 탈피하여 ‘나를 이기는’ 진정한 경쟁의 의미를 가르쳐야 한다. 실력을 길러 성공만 지향하는 교육을 넘어 소양과 기량을 길러 개인이 잘될 뿐 아니라 이웃을 돌아보는 넓은 도량을 기르도록 이끌어야 한다. 국가 간 울타리가 사라져 가는 마당에 세상을 품는 ‘글로벌 시민’을 길러내야 한다. 대학입시에 성공하는 것으로 끝나는 교육을 넘어 평생 배우고 가르치는 ‘배움의 공동체’를 만들어야 한다. 나의 성공을 위하여 노력하는 만큼, 이웃과 더불어 조화롭게 사는 지혜를 가르쳐야 한다. 일등만 대접받는 교실을 벗어나 한 사람도 놓고가지 않는 교육을 구현해야 한다.

학생들이 얼마나 힘들었으면 저런 보고서를 작성했을까. 하마터면 그냥 그렇게 ‘고통’만 겪었을 일을, 이렇게라도 깨우치게 되니 고마운 일이 아닌가. 학생들의 용기가 계기가 되어 우리 교육이 새로운 지평으로 나아가길 기대한다. 지적이 따끔했던 만큼, 분명히 바뀌어 갔으면 하는 것이다. 이제는, 교육으로 인해 ‘일어서는’ 아동을 만나고 싶다. 정치과 경제, 사회와 문화가 걱정을 끼치는 자리에 교육이 분명한 소망과 열쇠를 선사해 주길 기대하는 것이다. 무너진 세상을 교육이 살려야 하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