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 남겨놓은 2차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회담 기류분석이 엇갈리는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이 회담 결과를 낙관했다. 문 대통령은 7대 종단 지도자들과의 오찬에서 “2차 북미정상회담에서 비핵화와 북미 관계 정상화에서 큰 진전이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속도조절론을 재언급하면서 ‘우리는 단지 (핵·미사일) 실험을 원하지 않는다’고 말한 상황에서 우리 국민의 걱정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문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가진 종단 지도자들과의 오찬에서 “싱가포르 공동성명의 구체적이고 가시적인 이행이 빠르게 진행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낙관론의 명확한 근거를 제시하지는 않았다. 확실한 정보에 의한 것이라기보다는 온 국민과 마찬가지로 ‘희망’섞인 전망을 표현한 것으로 듣는 게 옳을 것 같다.

주지하듯이 북한 김정은 위원장은 줄곧 ‘조선반도 비핵화’라고만 언급했을 뿐, ‘북조선 비핵화’라는 단어는 쓰지 않았다. 북한 비핵화에 대한 비관적인 전망이 흐드러진 상황에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북한이 핵과 미사일 실험을 추가로 실시하지 않는 것을 자신의 업적으로 포장하기에 여념이 없다.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중단과 대북제재의 해금을 맞바꾸는 최악의 시나리오, 즉 ‘스몰딜’ 가능성이 점차 높아지는 형국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5일 기자회견에서 2차 북-미 정상회담과 관련해 “나는 속도에서는 서두르지 않겠다”면서 이번 정상회담에서 미 본토를 위협할 북한의 핵·미사일 실험만 막는 선에서 합의를 이뤄내는 게 목표임을 시사했다. 우리로서는 여차하면 핵을 머리에 이고 살거나, 북한의 핵 인질이 되어서 전전긍긍해야 할 형편에 몰리는 최악의 위기가 닥쳐올 수도 있다는 얘기다.

많은 전문가들이 이번에 제재 일부 완화 등 당근이 제공될 경우 북한 비핵화를 견인할 동력은 급속히 약해질 것이라고 내다본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인들이 가장 우려하는 북한 미사일의 미 본토 공격 가능성을 차단한 것만으로도 외교적으로 성공했다는 논리로 본격적인 재선 레이스에 들어갈 것으로 예측된다. 지금이야말로 우리의 분명한 목소리가 필요한 시점이다. 길은 두 갈래뿐이다.

불가역적인 북한 비핵화에 로드맵을 담보해내든지, 대한민국의 자체 핵무장 명분을 확보하든지 해야 한다. ‘닭 쫓던 개 지붕만 쳐다보는’ 격인 우스꽝스러운 신세가 될 확률이 그 어느 때보다도 높아지고 있다. 문 대통령의 흉중에 회심의 플랜B와 플랜C가 든든하게 자리 잡고 있기를 기대한다. 아직은 ‘김정은이 노리는 것은 남한의 무장해제’라는 미국 하원의장 펠로시의 말을 허투루 듣지 말아야 할 이유가 차고 넘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