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세시 풍속기에 보면 1년 동안 우리 민족이 벌이는 세시풍속은 189건이나 된다고 한다. 그 중 정월달에 지내는 세시풍속이 78건으로 전체의 40%가 넘는다. 세배나 설빔, 부럼깨기, 지신밟기, 쥐불놀이 등이 그것이다.

특히 정월 대보름날 하루 동안 관련된 세시풍속이 40여 건이나 된다고 하니 음력 정월은 우리 민족에게는 매우 바쁘고 의미 있는 달이다.

정월달에 이렇게 세시풍속이 몰린 이유는 새해를 맞는 각오와 바람이 많기 때문이다. 특히 농경사회였던 우리의 조상에게는 한해의 풍년 농사만큼 중요한 일이 없다. 한해의 시작인 정월달에 그해 풍년을 빌고 마을과 가정의 평안도 함께 비는 행사를 벌이게 된다.

세시풍속을 살펴보면 거의가 한해의 안녕을 기원하는 내용이다. 정월 보름날 아침에 눈을 뜨자 마자 먹는 부럼깨기는 부스럼이 없는 건강한 한 해를 염원하는 풍속이다. 식사 전에 먹는 귀밝이 술도 귓병이 생기지 않고 한해 동안 기쁜 소식을 많이 들으라는 뜻이다. 지신밟기 행사는 악귀와 귀신을 물리쳐 마을의 안녕과 가정의 다복을 바라는 마음을 담고 있다. 입춘을 맞아 가정의 대문 등에 붙여놓는 입춘축(立春祝)도 봄이 되어 크게 길하고 밝은 기운으로 경사스런 일이 많기를 기원하는 소망을 담고 있다. 입춘대길 건양다경(立春大吉 建陽多慶)이 바로 그것이다.

한해가 시작되면 길흉화복(吉凶禍福)의 운세도 많이 알아본다. 점복풍속은 지금도 많이 남아 있는 우리의 풍속이다. 조선시대 이지함이 지은 토정비결을 통해 조상들은 그 해의 농사풍년과 가정의 화목을 알아보았다. 그해의 운세가 나쁘면 나쁜 대로 좋으면 좋은 대로 미리 알아보고 대처했던 조상들의 지혜가 엿보이는 풍속이다. 요즘은 컴퓨터를 통한 인터넷 토정비결이 인기라 한다.

사람은 누구나 행복해 지길 바라고 있다. 가정의 평화와 다복을 바라는 마음이야 예나 지금이나 다를 게 없다. 특히 새해를 맞아 제화초복(除禍招福)의 마음이 더 간절해지는 때이다. 복잡해진 세상이다. 사회와 가정의 화복을 바랐던 조상의 정신이 담긴 세시풍속에서 지혜를 찾아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우정구(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