② 외국 학자들이 더 많은 관심 갖는 포항지진 원인

지난해 12월 포항시 평생학습원 덕업관에서 열리‘포항지진과 지열발전과의 연관성’네 관한 시민설명회에서 세계적인 과학학술지인 ‘사이언스’에 유발지진 가능성을 처음을 게재한 김광희 부산대 교수가 특강을 하고 있다. /경북매일 DB

지난 10일 포항 동북동쪽 50㎞해역에서 발생한 지진을 두고 기상청이 ‘포항지진’이라고 발표하자 포항시민들은 항의하며 분노를 쏟아냈다. 육지인 포항과는 전혀 상관없는 동해바다 한가운데서 발생한 해상지진을 굳이 ‘포항’에 갖다붙인데 따른 불만이었다. 2017년 11월15일 규모 5.4의 지진으로 쑥대밭이 된 포항이 그동안 지진 피해 극복을 위해 온 힘을 쏟고 있는 마당에 육지와 거리가 먼, 그것도 진앙지가 심해에서 발생했음에도 포항지진이라고 하는 바람에 ‘지진으로 추락한 포항의 대외 신인도를 올리기 위해 동분서주한 그동안의 노력이 수포로 돌아갔다’며 허탈해 했다.

 

1년여 걸친 지열발전소-지진 연관 조사
내달 20일 전후 정조단 연구 결과 발표
포항지진, 美 등 해외 학자들도 큰 관심
포럼·학술지 등서 원인 놓고 열띤 논쟁
지열발전소 유발내지 촉발지진 추정도

이는 포항시민들이 지진이라는 단어에 얼마나 민감하게 반응하는지를 확연하게 보여주고 있는 단적인 증거다. 특히 포항지진이 포항지열발전소의 영향으로 발생한 유발지진인가 여부를 지난 1여년에 걸쳐 조사해 온 정부조사연구단(이후 정조단) 발표가 오는 3월 20일 전후로 예정되면서 더욱 민감해지고 있다. 이런 분위기 때문인지 이강근 정조단장을 비롯한 조사단원들도 매우 예민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실제, 조사결과에 따라 포항지진은 이해관계집단들로부터 극명하게 엇갈리는 평가가 나올 수밖에 없다. 업무 압박감에 정조단장이 올해 초 입원까지 했다는 말도 들린다.

정조단의 입장이 어떠한지 현재로선 알 길이 없다. 다만, 포항시민들은 지난해 4월 과학계 학술지로서 세계적인 명성을 지닌 ‘사이언스(Science)’지에 실린 두 편의 논문에서 ‘규모 5.4의 포항지진은 포항지열발전소와 무관할 수 없다’는, 다시 말해 유발지진으로 발표한 것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포항지진으로 시가 집계한 재산피해가 약 845억원이고 복구비는 1천795억원이나 된다. 여기에다 정신적인 피해와 부동산 가격하락, 경제적 침체 등의 ‘비가시적인 피해’는 집계 불가능할 정도다.

포항지진은 지난해 연말 미국에서 개최된 지구물리학회포럼에서도 그 원인을 놓고 열띤 논쟁과 토론이 벌어졌다. 포항지진을 따로 떼 내 별도 세션으로 논의할 만큼 국제적 관심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당시 미국학회에 참석한 국내 관계자들은 ‘국내엔 조용한데 외국에서 더 많은 관심’에 적잖이 놀랐다고 전한다. 당시 미국학회에서 논의된 사항을 종합해보면 ‘왜 중단하지 않고 사업을 진행했는지 이해할 수 없다’라는 것이었다. 2016년 9월 12일 규모 5.8의 강진이 경주에서 발생한데다 2017년 규모3.1 수준의 지진이 포항지열발전소 부근에서 발생한 것 자체만으로도 추진을 멈추어야 했다는 것이다. 무엇을 믿고 그런 일을 강행한 것인가 하는 의견도 나왔다. 또 이해하기가 어려운 것은 그런 상황에서 외국전문기관의 자문 등을 받았다면서 시설을 가동하다 중단하기를 반복한 사례를 있을 수 없는 일로 꼽기도 했다. 상당수 미국 지질학자들은 앞으로 정조단의 발표가 어떻게 나올지를 기다리고 있다고 한다.

지난해 6월 정부 지열발전소 조사단이 지열실증시설에 대한 조사 현장에서 이강덕 포항시장과 김정재 국회의원 등 지역 인사들이 설명을 듣고 있다. /경북매일DB
지난해 6월 정부 지열발전소 조사단이 지열실증시설에 대한 조사 현장에서 이강덕 포항시장과 김정재 국회의원 등 지역 인사들이 설명을 듣고 있다. /경북매일DB

포항지진 원인과 관련해선 미국 외의 다른 나라에서도 큰 관심사다. 지구과학관련 외국잡지와 지열발전 연구소들은 포항지진은 자연지진이 아니라 지열발전소가 만들어낸 ‘유발내지 촉발 지진’으로 신중히 추정하고 있기까지 하다. 유발지진(induced earthquake)은 넓은 의미에서 인위적 행위(지열발전, 셰일가스 개발, 이산화탄소 및 폐수 지중저장, 광산 개발, 터널 굴착 등 다양한 산업활동)을 하면서 직접적으로 단층을 건드리거나 해서 지진을 발생시킨 경우에 해당된다. 촉발지진(triggered earthquake)은 간접적으로 지진을 유발시킨 경우다. 즉, 어느 한 곳에 지진 생성 요인이 응력되어 있는데 작은 충격이라도 가해지면 폭발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이미 경주에서 규모 5.8의 지진이 발생해 포항 등 활성단층에 응력이 형성되어 있는 마당에 지열발전을 위해 지하에 물을 주입하는 과정에서 기존 단층을 자극시켜 지진을 촉발시켰다는 것이 주장의 근거다. 지난해 4월 ‘네이처’지 기자도 이와 관련, 글을 썼다. 그는 ‘한국에서 가장 파괴적인 지진은 아마 지열발전소가 촉발(trigger)시켰을 것이다’라는 제목을 달기도 했다. 10월의 뉴사이언티스트(New Scientists)잡지도 ‘지열발전소의 운영측이 장소 선정을 현명하게 하고 물 투수율을 적절하게 조정했다면 규모5.4 지진을 피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문가의 견해를 기술하고 있다. 포츠담독일연방지질연구원(GFZ)도 ‘포항지진은 인간활동에 의해 영향을 받아서 지진이 발생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또한 지열발전 연구과제를 위해 넥스지오와 서울대 등과 협업을 맺은 스위스 취리히에 본부를 둔 DESTRESS가 발표한 자료도 유발과 촉발에 기울어져 있다. 국내보다 외국에서 먼저 포항지진은 유발지진이든 촉발지진이든 지열발전소로 인한 ‘인위 행위’와 무관할 수 없다는 여론이 형성되고 있는 점은 매우 주목되는 것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외국에서 한국의 지진을 놓고 이같이 열띤 논쟁이 벌어지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이는 그만큼 포항지진이 지질학자들로부터 관심대상이라는 증거다. 지열발전은 세계적으로도 아직은 기술이 미흡하다 할 수 있다. 앞선다는 국가도 그 수준차이는 오십보백보다. 세계 지질학자와 관계자들이 포항지진에 논쟁을 벌이는 것은 어쩌면 이를 통해 미래로 한 발짝 더 나아가려는 것과 무관치 않을 것이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논쟁과 토론을 하려면 기본적으로 자료가 있어야 하는 게 통례다. 그러나 현재 포항에는 정부조사단의 구성과 정부 등 기관에서 포항지열발전소 건립과 관련, 정보 확보가 어렵다. 공개를 제대로 해주지 않고 있어서다. 그러다보니 뒷말이 무성하다. 의문스러운 점도 많다. 우선 정부조사연구단부터 살펴보자. 정조단은 포항지열발전소 부실 관리로 문책받아야 할 기관중 하나인 산업자원통상부(이후 산자부) 산하 기관인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이후 에기평)이 기획하고 발족시켰다. 지금 운영관리도 맡고 있다. 에게평은 포항지진 전에 지열발전소 가동에 따른 지진 위험을 통보받고 산자부에 전달하는 감독 기관 역할을 했었다. 그런 기관이 포항지열발전 과정에 무슨 문제가 있었는지 감사를 해서 결과를 보고한다고 한다. 물론 에기평은 현재 조사는 엄격한 심사를 거쳐 선정된 대한지질학회를 중심으로 하고 있다고 강변할 수 있다. 그러나 씨줄날줄로 얽혀 있는 구조여서 이해상충의 덫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는 지적이다. 의심의 눈길이 가는 것은 당연하다.

대한지질학회는 16명의 학자로 정조단을 구성, 지난 1여년에 걸쳐 포항지진이 유발지진인지 여부에 대해 사실 규명을 해오고 있다. 국내 교수 9명, 국외 교수 5명과 조사자문위원 2명이다. 자문위원에는 지열발전소가 포항지진의 원인이라 주장한 고려대 이진한 교수와 자연지진에 무게를 둔 연세대 홍태경 교수가 당초 선정되었으나 두 교수는 몇 달 가지 않아 그만 두었다. 그 자리에는 지금 포항시민 대표가 들어가 있다. 현장의 직접 조사활동은 국내교수들이 맡고 있는데, 그들 9명 중에 5명이 특정학맥이어서 이런 저런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지진 분야의 한 전문가는 “포항지열발전소 기술개발의 당위성과 운영에 필요한 전문지식을 제공한 핵심학자 다수가 특정 대학 출신이고 그들이 그 분야 주류였다”면서 사제지간, 동문 등으로 얽히고설켜 있는데 조사가 제대로 될 수 있을지를 우려스런 시각으로 보는 측도 있다고 전한다.

양만재 박사
양만재 박사

현재 포항의 지진관련 단체 등은 정조단원 중 5명의 외국학자들에게 거는 기대가 크다. 그들이 정부의 영향력과 특정학교의 ‘학연카르텔’에서 다소 자유로울 수 있어서다. 국내학자의 부족한 유발지진에 관련된 전문지식과 역량도 겸비했고, 이미 국제학계에서 유명 외국학자들이라는 점 또한 신뢰를 더하는 대목이다. 국내 학자들도 지구과학학회에서 주요연사로 선정되고, 미국과 유럽에서 유발지진 분야의 명성을 갖춘 외국의 저명교수가 참가하고 있는 만큼 이번에 결과가 발표되면 세계학계가 그들의 분석과 판단을 인정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한다.

포항지진범시민대책위도 그동안 나름대로는 활발하게 움직여 왔다. 그러나 재정적 한계와 정보 접근상의 제약으로 인해 무척 애를 먹고 있다. 지금 필요한 관련 서류와 지열발전소 추진과정에서 어떠한 일들이 있었는지 알길 또한 막막하다. 사업을 기획하던 관계자들은 다들 말을 아끼고 있고, 회사 측도 문을 닫아 대표가 어디에서 무엇을 하는지 파악조차 할 수 없다.

정조단은 지난해 2월 조사에 착수하면서 ‘지열발전소와 지진의 연관성에만 조사를 국한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 또한 시민입장에선 어떻게 보면 난센스다. 자연지진인 경우엔 시민들의 입장이 정리되어 나오겠지만 유발지진이든 촉발지진이든 간에 포항지진의 원인이 지열발전소와 연관성이 있을 경우 누가 어떻게 책임을 질 것인지 등엔 아무런 로드맵도 나와 있지 않은 상태다. 포항에는 아직도 지진 당시 집이 파손돼 임시거처나 대피소에서 생활하는 시민들이 적지 않고 지진으로 추락한 경제가 바닥을 기고 있는데도 말이다.

/양만재 시민기자

    양만재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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