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 종 기
무거운 문을 여니까
겨울이 와 있었다
사방에서는 반가운 눈이 내리고
눈송이 사이의 바람들은
빈 나무를 목숨처럼 감싸안았다
우리들의 인연도 그렇게 왔다
눈 덮힌 흰 나무들이 서로
더 가까이 다가가고 있었다
복잡하고 질긴 길은 지워지고
모든 바다는 해안으로 돌아가고
가볍게 떠올랐던 하늘이
천천히 내려와 땅이 되었다
방문객은 그러나, 언제나 떠난다
그대가 전하는 평화를
빈 두 손으로 내가 받는다.
눈 내리는 날 시인에게 찾아왔다가 가버린 방문객은 누구일까. 아마도 하얗게 내려와 온 세상을 같은 색깔로 칠했다가 녹아버린 흰눈이 아닐까. 시인은 눈 내리는 순간 받은 따스함과 평화로움을 가슴 속 깊이 새기고 있는 것이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