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천여 개 상가 중 40% 문 닫아
하루 손님 1명 매장도 ‘수두룩’
“활기 찾기 백태에 귀 기울려야”

포항중앙상가 빈 점포.
포항중앙상가 빈 점포.

△“주말인데도 손님 없으니 뜨개질 하죠”

2월 셋째 주말인 16일 오전 11시 육거리 방향에서 포항중앙상가에 들어서자 기대와는 달리 거리가 한산했다.

30년 역사를 가진 세기보청기를 찾았다. 주인으로 보이는 40대 여성은 “왜 이렇게 거리가 한산하냐”란 질문에 “평일에는 걸어 다니는 사람을 찾기가 힘들다”고 푸념했다. 옆집 투다리 호프는 문을 닫은 지 2년이 지나도록 세입자가 없어 빈 점포로 방치되고 있다고 했다.

등상용품을 판매하는 아이더 포항중앙점 업주는 “올 1~2월 매출이 작년에 비해 30~50% 떨어졌다”며 “문 닫기 직전”이라고 하소연했다. 제조업이 살아야 등산용품 수요가 늘어날 텐데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바로 옆 할매떡볶이 육거리점의 문을 열자 60대 여성이 한가로이 뜨개질을 하고 있었다. “주말인데도 홀 안에 손님 한 명도 없다”며 겸연쩍게 웃어 보였다.

△손님, 작년보다 반으로 뚝… 종업원들 실직 걱정

북포항우체국 방향으로 향할수록 빈 점포는 즐비했다.

착한학생복 포항점 문에는 3년째 ‘점포 임대’라 써 붙인 종이가 바람에 나풀거렸고, L골프 주인은 “올 7월 계약이 종료되면 문을 닫는다”고 했다.

중앙상가 역사와 함께해온 제일교복사도 운영난을 견디다 못해 매장 평수가 작은 대로(큰 길) 건너편 상가를 얻어 이전했고, 중앙상가 역사로 불리는 학원사(서점)도 운영난을 이기지 못해 최근 1층 매장을 철수하고 2층 매장만 운영하고 있다.

포항중앙상가의 문화재로 불리는 초원통닭도 지난해 보다 10%가량 매출이 떨어졌다고 귀띔했다.

극장에서 닭갈비음식점으로 바뀌었다가 귀고리 등 잡화점으로 문을 연 미니미니 업주는 “매출이 2년 전에 비해 30% 떨어졌다”고 했고, 인근 청바지매장 종업원들은 “손님이 작년에 비해 반으로 줄었다”며 실직을 걱정했다.

북포항우체국에서 나온 30대 주부는 “중앙상가에 올 때마다 빈 점포가 늘어나고 있어 마음이 아프다”고 했다.

△보세거리 줄도산… 하루 손님 한명 보기 어려워

북포항우체국을 지나 롯데시네마 포항점을 향하다 길이 50m 거리의 보세골목을 들어서니 수십 개의 매장이 문을 닫았다. 문을 연 점포에선 손님 찾기가 어려울 정도였다.
이곳은 한 때 보세골목으로 유명세를 타다 2천 년대 들어 네일(손톱․발톱)골목으로 명성을 떨쳤다.

70대 태양컴퓨터세탁소 업주는 “네일골목 2층 상가는 거의 다 비어 있다. 1년 이상 빈 점포가 수두룩하다”며 “이 거리가 살아날 가능성은 없다”고 절망했다.

이 업주는 “그 어렵다던 IMF 때에도 3명의 자녀를 나란히 사립 대학교에 보냈지만 지금은 하루 손님 한 명보기도 어렵다”며 “이 같은 불황은 이 거리 상가들에게도 비슷하게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개천 이면도로의 주차차량.
실개천 이면도로의 주차차량.

△실개천 이면거리엔 불법주정차량 ‘홍수’

중앙상가 중심거리 실개천 이면거리에는 불법주정차 차량들로 홍수를 이뤘다.

중앙상가 불황의 바로미터가 될 일미식당 주변 등 유료주차장을 찾았다.

주차장 직원들은 “대부분 상가 건물주와 업주들이 차량을 주차장에 주차하지 않고 있다”며 “장사가 안 되니까 골목길에 주차하는 것 같다”고 입을 모았다.

△롯데百 오픈․포항시청 이전 등이 상가 쇠락 원인

49년 된 회춘당한약방의 문을 열고 들어갔다.

이창하(81) 씨는 “1949년 이후 포항을 대표하는 행정, 경제, 문화의 심장이던 포항중앙상가가 2000년 롯데백화점 포항점이 들어서 직격탄을 맞은데 이어 2006년 중앙상가 인근의 포항시청마저 시 외곽지인 대잠동으로 이전해 급격히 쇠락했다”고 회고했다.

서득수 전 포항중앙상가상인회 사무국장은 “20여 년 간 포항인구는 그대로 인데 이동, 오천 문득, 양덕, 흥해 초곡 등 시 외곽지에 신도시(현지 상권 포함)를 조성토록한 포항시도시계획이 도시공동화를 가속화시켰다”며 “도시공동화와 비싼 상가 임대료 등이 중앙상가 쇠락의 원인이 된다”고 분석했다.

김상원 포항시의원도 “포항시는 인구 85만 명을 예상하는 ‘2020년 포항도시기본계획을 세워 재건축과 재개발보다 도시 외곽지 개발에 눈을 돌렸다”며 “그러나 최근 포항시의 3년간 인구는 오히려 줄어 도시공동화를 가속화시켰다. 중앙상가 불황도 이 영향을 받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도농통합 포항시로 출범한 1995년~24년이 지난 2월 현재까지 포항시의 인구는 50만~52만명에서 제자리 걸음을 해왔다.

포항중앙상가 빈점포.
포항중앙상가 빈점포.

△“1천여 개 상가 중 40% 문 닫아”

이희우 포항중앙상가상인회장은 “1천여 개의 중앙상가 중 40%가량 문을 닫았다”며 “다각도의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앙상가 살리기 백약이 무효인가?

포항시청 관계자는 “중앙상가 활성화를 위해 차 없는 거리를 만들고, 차 없는 거리를 조성했다. 2007년에는 24억 원을 들여 중앙상가 중심로 657m 구간에 실개천을 만들어 시민들에게 휴식공간을 제공하고 있다. 해마다 수억 원의 물세와 전기세를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지난해 5월에는 중앙상가활성화를 위해 중앙상가 옛 역전파출소 부지에 높이 23m의 새로운 랜드마크 ‘실개천 전망대’를 건립했다. 중앙상가 활성화를 위해 각종 행사도 진행해 왔다. 창업카페도 운영하고 있다”며 “중앙상가 건물주들이 월세를 낮춘다면 크게 활성화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포항성시화운동본부(대표본부장 조근식)도 해마다 12월 한 달간 중앙상가에 대형 성탄트리를 설치하고 각종 성탄행사를 이어왔다. 성탄절인 25일에는 시민과 관광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다.

서득수 전 포항중앙상가상인회 사무국장은 “중앙상가를 살리기 위해서는 중앙상가 건물주들이 공동체 의식을 갖고 월세를 대폭 낮춰야 할 것”이라고 했다.

△“가겟세 대폭 낮추니 세입자 나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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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월타월 유종국 업주(79․건물주)는 “세입자가 나타나지 않아 1년간 송월타월 옆 25평 매장의 문을 닫아 둔 적이 있었다”며 “보증금 1천500만원에 월세 60만원이던 가겟세를 보증금 500만원에 월세 40만원으로 낮추니 세입자가 나타나 계약했다”고 말했다.

△“‘불황 쓰나미’ 속 호황(?) 누리는 매장도 있네”

북포항우체국과 인접한 별밤지기(옛 포라원백화점)의 지하 롤러스케이트장(250평)에는 어린이와 청소년들로 크게 북적이고 있었다.
역시 지난해 문을 연 별밤지기 2층 게임장과 인근 롯데리아, 2002랜드, 포항문고, 신발매장, 액세서리 매장 등도 손님들로 붐비고 있었다.

포항중앙상가 모습.
포항중앙상가 모습.

△전문가․상인․시민들의 ‘상가 활성화’ 백태

서득수 전 포항중앙상가상인회 사무국장은 “관광객들이 포항중앙상가에 볼거리와 머물 곳이 없어 그냥 지나친다”며 “북포항우체국을 다른 곳으로 이전하고 그 자리에 문화예술광장과 연극, 전시, 커뮤니티 공간을 조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 전 국장은 이어 “초원통닭과 같은 식당이 몇 개만 있어도 관광객들을 중앙상가로 불러 들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동대 학생들은 “근현대사가 녹아 있는 중앙상가에서 유럽처럼 거리악사 공연과 화가, 버스킹, 플래시 몹 등 각종 공연이 상시적으로 열린다면 정말 포항의 ‘중앙상가’가 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일부 포항시의원들은 “중앙상가 건물주들이 매장 월세를 대폭 낮추고 예비 창업청년들을 대상으로 전국 오디션을 연다면 각종 아이디어가 쏟아질 것이고 다양한 업종의 매장이 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희우 포항중앙상가상인회장은 “올 여름 중앙상가 육거리~북우체국까지 야시장이 운영될 것”이라며 “이 야시장이 열리면 시민들과 관광객들을 중앙상가로 불러들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회장은 또 “오는 10월 개최되는 ‘제2회 포항 중앙상가 꼬맥밤 페스티벌’을 통해서도 중앙상가에 생기를 불러 넣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직장인들은 “활기를 되찾은 대구 반월당상가 등처럼 유료주차장들은 주차료를 낮추면 더 많은 주차 수요를 늘릴 것이고, 포항시에서는 중앙상가 실개천 이면도로에 보도블럭을 깔아 거리를 단정히 한다면 불법주정차를 막고 밝은 거리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역 기독교계 지도자들은 “위기가 곧 기회”라며 “중앙상가 상인들이 어떤 경우에도 희망을 잃어서는 안 된다. 패전 국가들이 잿더미 속에서 찬란하게 부활한 것처럼, 도심공동화 현상으로 오랫동안 생동감을 잃었던 대구 반월당~대구역 구간이 다시 살아난 것처럼, 다시 회복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갖고 감사하는 마음으로 자구책 마련에 안간힘을 쏟는다면 주변 기관․단체․시민들이 도울 것”이라고 조언했다.

/김규동기자 kdkim@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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