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의 경계를 허물고 거시적인 안목으로 괄목할 지역발전을 꾀하자는 차원에서 추진돼온 ‘해오름동맹’이 최근 지역이기주의 폭발로 흔들릴 위기에 빠졌다는 소식이다. 울산과 경주는 원자력해체연구소 유치를 두고 팽팽한 줄다리기를, 포항과 울산은 신북방정책의 환동해권 거점 물류항만을 선점하려는 눈치싸움이 치열하다. 편의상 그어진 행정구역을 뛰어넘는 새로운 발상의 창의적 성과물인 지역동맹이 소탐대실(小貪大失)의 희생물이 돼선 안 된다. 포항∼울산 고속도로가 개통된 지난 2016년 6월 말 출범해 올해로 4년 차인 해오름동맹은 포항·울산·경주가 힘을 합쳐 경제규모 95조 원대의 메가시티로 도약하겠다는 원대한 포부를 일구어 왔다. 그동안 공동협력 사업으로 추진되던 ‘울산시 북구 농소∼경주 외동 간 국도건설 사업’이 정부의 예타면제사업에 선정되는 등의 일부 성과도 있었다.

그러나 최근 3자 동맹 사이에 노골적인 과다경쟁기류가 흐르고 있다. 무엇보다도 현 정부가 각종 대형국책사업을 추진하면서 정치적인 판단이 개입돼 이들 동맹자치단체 간 각자도생(各者圖生)의 갈등을 부추기고 있기 때문이다. 현 정부 탈원전 정책의 핵심기지 역할을 할 14조원 규모로 추정되는 원자력해체연구소(원해연) 유치전이 대표적이다. 울산시와 부산시는 원전관련 핵심 기관·시설이 밀집해 있는 경주시가 최적지로 평가되자 지난해 말부터 공동유치 쪽으로 작전을 변경했다.

포항과 울산의 관계도 심상찮다. ‘제1회 한·러 지방협력 포럼’ 개최지인 포항이 신북방정책의 환동해권 거점 물류항만의 꿈을 키워나가고 있는 가운데, 울산이 ‘제2회 한러 지방협력 포럼’의 개최지로 확정되면서 북방경제협력위원회를 출범하는 등 거점 물류항만을 선점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해오름동맹이 위기국면으로 치닫는 것은 우리나라가 아직도 강력한 중앙집권체제의 구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뚜렷한 증거다. 각 지역의 자발적인 ‘상생’마저 중앙정부와 정치권이 협조하지 않으면 성취되기 어렵다는 사실이 명료하게 드러나고 있다. 추악한 정치적 욕망이 충돌하는 지점에서 파생되는 분열적 망동들이 상생의 미덕을 순식간에 파괴하고 있는 셈이다. 이렇게 휘둘려서는 안 된다. 어렵사리 꾸려진 대승적인 지역발전 설계도가 무참히 찢어져서는 곤란하다. 참된 지방자치의 의미, 새로운 ‘지역발전’의 가치를 놓치지 말고 ‘상생(相生)의 정신’을 굳건하게 지켜가야 한다. 선의의 경쟁은 지속하되 상호 양보하고 존중하는 마음을 잃지 말아야 할 것이다. 지금까지 모색해온 공통분모가 품고 있는 무한한 시너지 효과를 부디 망각하지 말길 바란다. ‘지역발전’의 숭고한 사명이 중앙정치권력의 격투기장에 던져진 초췌한 희생물이 돼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