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칠곡군이 국·도비 등 548억 원을 들여 건립한 ‘칠곡호국평화기념관’이 볼거리가 부족해 갈수록 관람객이 줄어들고 있다는 안타까운 소식이다. 운영예산 부족으로 다양한 콘텐츠를 제때 개발하지 못하고 있고, 인프라 확장도 어려워 자칫하면 기념관이 ‘빛좋은 개살구’에 그칠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다.

2015년 개장한 칠곡 호국평화기념관은 지상 4층, 지하 2층 규모의 호국체험 및 교육전시관이다. 호국기념관으로서는 국내 최대 규모다. 호국의 성지 칠곡군의 역사적 배경과 이미지에도 잘 맞아떨어지는 기념관이다. 개장 초기 8개월 만에 12만여 명이 찾을 만큼 호응을 얻었으나 진부한 프로그램과 반복적인 콘텐츠 전시 등으로 점차 관람객으로부터 외면을 당하고 있다고 한다.

칠곡군 자료에 따르면 지난 한해 호국평화기념관을 찾은 관람객은 약 17만 명이다. 그 중 유료 관람객은 7만 명에 그쳤다. 그나마 군이 입장권을 지불하며 동원한 관람객이 대부분이라고 한다. 이름만 유료 관람이지 사실상 무료 관람이나 다를 바 없다. 구경할 사람이 없으니 무료라도 관람을 시켜 실적이라도 올려야겠다는 것으로 밖에 해석이 되지 않는다. 관람자들은 학교 등을 통한 단체관람이라 어쩔 수 없이 가서 구경을 하지만 시간이 아까울 정도라고 한다. 빈약한 프로그램과 진부한 전시내용 등이 반복되면서 관람객의 흥미를 끌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빈약한 재정의 문제도 크지만 운영상 미숙도 한 원인으로 보인다.

칠곡군은 ‘호국평화의 도시’를 군의 슬로건으로 내건 고장이다. 6·25전쟁 당시 북한군의 침범으로 우리나라가 위험에 빠졌을 때 대한민국을 위기에서 건져낸 자랑스러운 도시다. 낙동강을 사이에 두고 치열한 전투를 벌이면서 국군 수만 명의 목숨이 희생된 곳이기도 하다. 1950년 8월부터 55일간 벌어진 낙동강 방어 전투는 6·25전쟁을 승리로 이끈 대전환점의 전투였다. 인천상륙작전의 성공이나 수도 서울 탈환의 전세를 마련한 것도 낙동강 전투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칠곡군이 호국평화기념관을 건립한 배경에도 이처럼 자랑스러운 호국의 고장을 널리 알리고 그 정신을 이어받기 위함이다. 막대한 예산을 들여 건립한 기념관이 당국의 노력 부족으로 건립정신을 살리지 못해 빛좋은 개살구 신세가 된다면 그보다 안타까운 일이 어디 있을까 한다.

우선은 예산의 문제가 있으나 예산 타령에 앞서 참신한 기획력을 동원해 호국평화기념관의 존재를 제대로 알리는 데 힘을 쏟아야 한다. 대구경북에는 호국과 관련한 역사적 사실이 즐비하다. 칠곡의 호국정신과 국채보상운동 등과 같이 대구 경북의 정신 운동을 연계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도 좋을 듯하다. 칠곡군의 호국평화기념관이 전국 최고의 호국관으로 자리를 잡도록 당국의 열정과 관심이 더 커져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