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창구대구가톨릭대 교수·국제정치학
변창구 대구가톨릭대 교수·국제정치학

한국당 의원들이 벌이고 있는 ‘정치코미디’는 국민에게 웃음을 주는 것이 아니라 짜증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교도소에 수감되어 있는 박근혜 전 대통령은 아직도 한국당이 자신의 영향권 아래에 있다고 생각하는지 유영하 변호사를 통하여 당대표에 출마한 황교안 전 국무총리는 친박이 아니라고 옥중정치를 통해서 영향력을 행사하려고 한다. 한국당의 김진태·이종명·김순례 의원의 ‘5·18 망언’은 한국당을 ‘정신이상자 집단’으로 만들고 있고, 제2차 북미정상회담을 이유로 당대표 경선 연기를 주장했던 후보자들과 당 선거관리위원회의 충돌은 현재 한국당의 문제점이 무엇인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한국당의 ‘자해(自害)소동과 정치코미디’에는 공통점은 있다. 그들은 하나같이 국민과 당은 생각하지 않고 오직 자신의 정치적 이해득실만을 계산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박 전 대통령은 한국당이 누구 때문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지를 정말로 모른다는 말인가? 옥중정치로 당대표 경선에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것은 당을 두 번 죽이는 것이나 다름없다. 한때 국가원수였던 정치지도자로서 그를 선택했던 국민들의 참담한 심경(心境)을 생각한다면 옥중에서라도 최소한 전직 대통령으로서의 품위는 지킬 줄 알아야 한다.

한편 대법원은 이미 5·18에 대해서 ‘전두환 일당의 국헌문란의 내란 행위’라고 최종 판단을 내린 바 있는데, 공당(公黨)인 한국당 의원들이 5·18을 ‘폭동’으로 규정하고 5·18 유공자들을 ‘괴물집단’으로 폄하함으로써 당을 위기에 빠뜨리고 있다. 이들에 대한 제명운동이 거세게 일어나고 국민적 비판에 부딪치자 뒤 늦게 당 지도부가 마지못해 사과하는 모습은 한국당의 현실인식이 얼마나 안이한가를 잘 보여주고 있다. 이들의 자해적 행위는 한국당에 대한 ‘보수꼴통’의 이미지를 더욱 심화시킴으로써 최근 상승세를 보이던 당 지지율을 다시 떨어뜨리고 있다. 게다가 당대표 경선에 나온 후보자들과 당 선관위의 갈등도 이해하기 어렵다. 일부 후보자들의 선거 연기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은 선관위의 설명도 명쾌한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해서 자신들의 요구가 수용되지 않자 선거를 보이콧하는 후보자들은 민주주의를 말할 자격이 있는가?

이처럼 한국당 내부에는‘언제 터질지도 모르는 잠재된 폭탄들’이 많다. 그 이유는 한국당에는 ‘보수’라는 정치이념과는 전혀 상관없는 ‘정치꾼’들이 많기 때문이다. 미국의 정치개혁가 클라크(James F. Clark)는 “정치가(statesman)는 다음 시대의 일을 생각하지만, 정치꾼(politician)은 다음 선거에 대해서 생각한다”고 하였고, 프랑스 전 대통령 퐁피두(G. Pompidou)는 “정치가는 나라를 위해 자신을 바치는 사람을 말하고, 정치꾼은 자신을 위해 나라를 이용하는 사람을 말한다”고 하였다. 한국당에 이러한 정치꾼들이 득세하고 있는 한 국민들의 마음을 얻지 못할 것이기 때문에 재기는 불가능하다.

따라서 이제 한국당이 선택할 수밖에 없는 유일한 처방은 ‘죽어서 다시 사는 길’이다. 진정한 보수에게는 성실함과 겸손함이 있어야 하고 국가와 국민을 위한 비전과 전략이 있어야 한다. 국민은 보수에게 걸맞은 품격과 책임지는 정도(正道)정치를 기대하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나부터 죽겠다’는 각오가 절실한데 모두가 ‘나만은 살겠다’고 아우성이니 한국당의 미래가 암담하다. 누구를 위해서 옥중정치를 하고, 누구를 위해서 5·18을 폄훼하며, 누구를 위해서 당권투쟁을 하는가. 이기적인 정치꾼들이 권력을 가지려고 발악을 하면 할수록 그들의 정치생명은 더욱 단축될 수밖에 없다. 그들은 왜 정치를 하는가? 한국당 의원들은 ‘정치가’로서의 꿈을 잊어버리고 언젠가부터 ‘정치꾼’이 되어버린 자신에 대한 철저한 반성과 성찰을 통하여 죽어서 다시 태어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