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울, 원해연 유치 경쟁 가속에
포·울, 신북방거점항 선점 대치
원전지원금 놓고도 갈등 소지 등
대형 국책사업 이해관계 ‘충돌’
실질적 협력관계 구축 과제로

해오름동맹으로 뭉친 포항·울산·경주가 대형국책사업 유치를 두고 총성 없는 전쟁을 치르고 있다. 울산과 경주는 원자력해체연구소 유치를 두고 팽팽한 줄다리기를, 포항과 울산은 신북방정책의 환동해권 거점 물류항만을 선점하려는 눈치싸움이 치열하다. 지역의 미래가 걸린 ‘밥그릇 싸움’이 과열되면서 힘을 합쳐 경제규모 95조원대의 메가시티로 도약하겠다던 해오름동맹이 존립 의미를 잃을 우려를 낳고 있다.

17일 해오름동맹 상생협의회 등에 따르면 이 동맹은 포항∼울산 고속도로가 개통된 2016년 6월 말 출범했다. 올해로 4년차다. 상생을 목적으로 테이블에 둘러앉아 꾸준히 대화를 나눴고, 공동협력 사업으로 추진되던 ‘울산시 북구 농소∼경주 외동 간 국도건설 사업’이 울산시의 신청으로 정부의 예타면제사업에 선정되는 등의 일부 성과도 있었다. 관광과 문화·예술부문도 이전보다 활발한 교류를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최근들어 3자 동맹 사이 물밑냉기류가 아닌 노골적인 경쟁기류가 흐르고 있다. 조선업 불황과 철강경기 침체를 비롯해 현 정부의 탈원전 정책 등으로 3개 지자체 모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현 정부가 각종 대형국책사업을 추진하면서 정치적인 판단이 개입돼 이들 동맹자치단체 간의 갈등을 부추기고 있기 때문이다. 각자도생(各者圖生)의 형국이 드러나고 있는 셈이다.

현 정부의 에너지 정책 전환에 따라 탈원전정책의 핵심기지 역할을 할 원자력해체연구소(원해연) 유치전이 대표적이다. 원해연은 14조원 규모로 추정되는 국내 원전해체산업을 이끄는 중심기관인 만큼 치열한 유치경쟁이 펼쳐지고 있다. 현재 경주시와 울산시, 부산 기장군 등 3개 지자체가 유치를 희망하고 있으며, 울산시와 부산시는 지난해 말부터 공동유치 쪽으로 작전을 변경했다. 한국수력원자력 본사를 비롯해 한국원자력환경공단(KORAD), 중·저준위방사능폐기물처리장 등을 비롯한 원전관련 핵심 기관·시설이 밀집해 있는 경주시가 최적지로 평가되자 연합전선을 꾸린 것이다. 블루오션으로 꼽히는 원전해체산업의 지분을 갖기 위한 움직임이다. 특히 울산시와 부산시는 최근 언론을 통해 원해연이 두 지역의 경계지역으로 내정됐다고 발표하는 무리수를 두며 경주시와 대립각을 세웠다. 오는 3월 말로 예정된 정부의 원해연 입지가 발표될 때까지 울산과 경주의 갈등은 겉으로는 모르지만 물밑에서는 치열하게 전개될 전망이다.

울산 중구가 현재 원전 반경 5㎞ 이내 지자체에만 지급하는 원전지원금을 인근 지자체로 확대하려는 움직임도 경주시와 갈등을 불러일으키기 충분하다. 중구는 방사능방재법 개정으로 관련 업무가 많아져 원전 반경 30㎞ 이내 지자체도 원전지원금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이렇게 될 경우 경주는 원전지원금을 울산, 포항과 나눠 가져야 한다.

포항과 울산의 관계도 심상찮다. ‘제1회 한·러 지방협력 포럼’ 개최지인 포항이 신북방정책의 환동해권 거점 물류항만의 꿈을 키워나가고 있는 가운데, 울산이 북방경제협력위원회를 출범하는 등 동남권 거점 물류항만을 선점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울산이 ‘제2회 한러 지방협력 포럼’의 개최지로 확정되면서 포항이 이미 우호를 맺은 블라디보스토크 시 등을 잇달아 방문, 포항의 입지를 넘보고 있어 포항으로서는 속마음이 불편할 수 밖에 없는 실정이다.

포항시민 정모(51·북구 양덕동)씨는 “해오름동맹은 지역적 가까움은 물론 산업적으로도 연결고리를 갖고 있다. 포항의 소재와 경주의 부품, 울산의 최종제품 생산으로 이어지는 보완적 산업생태계가 조성돼 진정한 협력을 이뤄낸다면 엄청난 시너지를 발휘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안찬규기자 ack@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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