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일 전장기념관으로는 국내 최대 규모로 개관했지만
부족한 볼거리에 프로그램마저 진부, 관람객 점점 감소
무료 단체관광으로 인원 채우는 등 미흡한 운영 ‘도마에’

‘호국의 도시’라고 자부하는 칠곡군이 548억원(국비 230억, 도비 115억, 군비 203억)을 들여 지은 칠곡호국평화기념관이 ‘빛 좋은 개살구’란 지적을 받고 있다.

칠곡호국평화기념관은 6·25전쟁 당시 대한민국 최후의 보루로 국군과 유엔군의 총반격 계기가 된 낙동강 방어선전투를 재조명하기 위해 건립됐다.

기념관은 칠곡군 석적읍 일대 9천461㎡에 지상 4층, 지하 2층 규모로 추모와 체험, 교육 등의 시설을 갖추고 단일 전장기념관으로는 국내 최대 규모로 지난 2015년 10월 문을 열었다.

개관 8개월만에 12만여명이 찾는 등 초기에는 큰 관심을 받았으나, 이후 미흡한 운영과 진부한 프로그램으로 외면을 받고 있다. 그나마 동원된 무료 단체관광으로 연간 관람 인원수만 채우고 있는 실정이다.

칠곡군시설관리사업소에 따르면 2018년 한해 호국평화기념관을 찾은 관람객은 약 17만명으로 이중 유료 관람객은 7만여명, 무료 관람객은 10만여명이다.

문제는 유료관람객 중에서도 군이 입장권을 지불하며 동원한 관람객이 대부분이어서 수백억원의 혈세를 들여 만든 호국시설이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는 것.

전문가들은 여러 이유 중 부실한 프로그램 운영을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한다.

실제 기념관은 상설로 전시하는 호국전시관과 전투체험관을 제외하고는 매번 같은 컨텐츠로 시간에 흐름에 따라 순환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개관 이후 10회의 사진전과 2회의 전시회를 하면서 사진전은 20∼40여점되는 지역 행사를 토대로 한 소규모 전시였고, 전시회 역시 기증유물 및 군용장비 모형을 두차례 전시했을 뿐이다.

여기에 기념관에서 야심차게 준비한 VR체험관 및 4D입체영상관 역시 프로그램 변화가 거의 없어 관광객들에게는 특별한 감동을 주지 못한다.

칠곡에 거주하는 김모(고 1)군은 “초등학교 6학년 때부터 지금까지 학교에서 단체로 3번이나 칠곡호국평화기념관을 방문했지만 변한건 아무것도 없었다”며 “지역에 있는 시설이어서 학교에서 단체로 방문하는 것은 이해하지만 매번 똑같은 프로그램과 변하지 않는 전시를 보는 것이 지겹고, 솔직히 시간이 아깝다는 생각까지 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칠곡군시설사업소 관계자는 “1년에 12억원의 예산이 거의 공무직 인건비, 내부관리비, 시설유지관리비 등으로 지출되는 실정이고, 저예산으로 운영을 하다보니 다양한 전시나 인프라를 구축하기 힘든 부분이 있다”며 “앞으로 예산을 건의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준비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칠곡/김재욱기자 kimjw@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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