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의 동남권 신공항 발언으로 영남권이 온통 시끄럽다. 들끓는 분위기가 좀체 진정될 것 같지가 않다. 부산 정치권 등은 대통령의 발언을 시작으로 벌써 가덕도 신공항 건설에 따른 전략적 대응을 주문하고 나섰다.

반면에 대구경북권에서는 가덕도 신공항 건설 반대 여론이 확대되는 분위기다. 미적대던 대구통합신공항 사업에는 무반응이던 대통령이 다 끝난 가덕도 신공항 분위기를 다시 살렸으니 당연하다. 대통령의 부산 발언에 대해 청와대는 “정해진 것이 없다”고 하나 신공항 문제는 일파만파로 확산될 추세다.

최근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국책 사업이 대구·경북지역과 연관되면서 우리에겐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있다. 동남권 신공항과 대구통합신공항 문제, 원자력해체연구소 입지와 SK하이닉스 반도체 특화클러스터 입지 등 하나같이 중차대한 일이다. 지역은 모든 건에 대해 사활을 걸고 있다.

그러나 정작 정부의 정책 결정은 우리지역과는 코드가 맞지 않게 돌아가는 것 같아 걱정이다. 원칙도 없어 보인다. 지역민이 납득하지 못하는 일들이 벌어질 분위기여서 안타깝다. 지난 13일 문 대통령 언급으로 시작된 동남권 신공항 문제만 해도 이미 종결된 정부 정책이다. 10여 년 끌어온 사업이 두 번의 정부를 거쳐 정부 정책으로 김해가 결정된 사업이다. 국토부도 부산권의 가덕도 재거론에도 김해신공항을 일정대로 추진 할 뜻을 여러 번 밝혔다. 이 문제가 다시 거론된다는 것 자체가 잘못된 일이다. 동남권 5개 단체장의 합의 없이는 다시 뒤집을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경북도와 구미시가 유치에 나서고 있는 SK하이닉스 반도체 공장도 비슷하다. 10년 동안 120조 원이 투자되며, 1만 명 이상 고용효과가 있는 사업이라 날로 힘들어지는 지방으로서는 탐이 나는 일이다. 구미시와 경북도가 공장 부지의 무상임대 등 대규모 혜택을 내세워 유치에 나서고 있으나 성사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공장총량제에 묶여 있는 수도권에 대해 이번에도 정부가 특별물량이란 이름으로 규제를 풀어 줄 거란 소문이 벌써 나오고 있다고 한다. 국토균형발전을 위해 정부가 마련한 수도권 공장총량제 시책이 사실상 의미가 없다는 얘기다. 만약 SK하이닉스가 또다시 수도권에 입지한다면 이것 또한 원칙이 무너지는 일이다.

2천400억 원이 투입되는 원전해체연구소도 최적지라 평가를 받는 경주가 제외된다는 보도가 나왔다. 산자부는 결정된 바 없다고 해명하고 있으나 부산과 울산의 정치적 입김이 작용하여 경주가 밀린 것이란 소문이 파다하다. 정부의 국책사업은 원칙적 집행이 가장 중요하다. 그 원칙에는 법과 규정이 있으며 국가발전과 국민의 납득이 있어야 한다. 정치적 이유가 있어서는 당연히 안 되는 일이다. 원칙보다 정권 차원의 판단이 우선한다면 결국 국가적 손실만 안게 될 것이다. 국민의 신뢰도 당연히 무너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