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규 성

구름은 허공이 바다라는 걸 말하기 위하여 갖은 재롱을 부린다 먹구름은 바다가 간만의 차가 심한 사리 때의 파도이다 새털구름은 잔잔한 조금 때의 파도이다 그 바다에는 밀림보다도 빽빽한 생명의 주소록이 있다 선운사는 그것을 지상으로 옮겨놓은 허공의 약도이다 동백숲은 저 높이서도 밀물과 썰물의 눈에 쉽사리 띄도록 떼지어 청등 홍등을 번갈아 켜는 허공의 부표이다 허공은 하루에도 몇 차례 선운사에 내려와서는 지상의 기색을 살핀다 그 흔한 춘란 한 포기도 허공의 걸작이다

시인은 허공과 바다와 선운사라는 제재를 들어 생명세계의 유기적 연관을 얘기하고 있다. 서로 다른 공간과 사물인 듯 하지만 서로가 분리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아주 긴밀하게 서로 작용하며 아름답고 건강한 생명작용을 하고 있음을 발견하고 있다. 시인은 선운사 동백과 바다와 허공의 구름을 들어 삼라만상의 생명 원리를 밝혀주고 있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