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에게 먹이를 주던 조교가 허겁지겁 뛰어와 보고 합니다. “박사님. 이제는 발자국 소리만 들어도 침을 막 흘리기 시작합니다.” 박사는 빙그레 웃으며 새로운 실험에 착수하지요. 첫째, 주기적으로 개에게 종소리를 들려줍니다. 타액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습니다. 두 번째 단계는 먹이를 줄 때 종소리를 들려줍니다. 먹이가 도착하는 것과 종소리를 연결시키는 과정입니다. 마지막에는 종소리만 들려줍니다. 개는 이제 종소리만 듣고 침을 줄줄 흘리게 되지요. 파블로프 실험입니다.

고전적 조건형성(classical conditioning)실험으로 심리학에서 대단한 사건으로 자리매김합니다. 교육학 등 다른 학문에도 큰 영감을 선물하지요. 적절한 조건을 형성해 주면 원하는 반응을 이끌어 낼 수 있다는 자극-반응 모델을 만들어 냅니다.

미국의 스키너는 한 발짝 더 나갑니다. 특정 반응을 이끌어 내기 위해 필요한 자극이 무엇인지 설계하는 조작적 조건형성(operant conditioning)이라는 모델을 발표합니다. 학자들은 열광합니다. 스키너는 “내게 갓난아이 12명을 주면, 원하는 인간형 12명을 만들어주겠다”라는 과감한 발언도 합니다. ‘월든 2’라는 책에서는 1천명의 작은 국가를 세우고 자신을 지도자로 만들어 주면 거뜬히 유토피아를 건설할 수 있다는 발언도 서슴지 않습니다.

이 실험들을 시작으로 대중들이 특정한 반응을 일으킬 수 있도록 고도의 기획과 설계가 일어나기 시작합니다. 우리가 살면서 자유 의지대로 선택하고 행동했다고 착각할 수 있지만 실은 그 누군가의 치밀한 설계에 반응을 보이면서 살아온 결과가 지금 내 모습일 수도 있습니다. 오싹하지요.

하지만 파블로프의 개 실험과 그 원리는 인간에게 적용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왜냐구요? 그 실험은 우리를 개 취급하는 실험이기 때문이지요. 대중을 개, 돼지로 치부하는 이 사회의 보이지 않는 설계자들의 전제에 동의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동물과 사람의 결정적 차이가 있습니다. 동물이 하는 생각은 본능에 따른 반응일 뿐입니다. 그러나 사람에게는 ‘생각을 생각하는 힘’이 있습니다. 내가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한 발짝 떨어져 생각할 수 있는 메타 인지(Metanoia)능력이지요. 이 능력을 발휘할 때 사람은 비로소 개, 돼지와 구분될 수 있습니다.

내 생각이 지금 어디로 흘러가고 있는지, 1미터쯤 공중 부양 상태 시선으로 생각하는 내 모습을 내려다보며 관찰해 보시는 것은 어떨까요? /조신영 인문학365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