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한동 <br>​​​​​​​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
배한동
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

제3당은 대의정치에서 의석수에서 제3위를 차지하는 정당을 말한다. 현재 국회의원 29석인 바른미래당은 제3당이다. 바른미래당은 1년 전 국민의 당과 바른정당이 통합하여 2018년 2월 13일 창설된 정당이다. 이들은 진보를 내세운 집권당 더불어민주당과 보수를 앞세운 자유한국당의 양당구도에서 개혁적 보수와 합리적 진보를 앞세워 제3의 길을 선택하였다. 그러나 바른미래당은 지난해 지방 선거에서 광역단체장과 기초단체장 한 명도 내지 못하고 겨우 10% 미만의 지지율을 보이고 있다. 당내의 심각한 노선 갈등을 겪으면서 창당 1주년 기념식에는 유승민 등 당내의 중진들마저 참석하지 않았다. 당 내분은 계속되며 또 다시 제3당은 당 존립의 위기를 맞고 있다.

한국 정치에서 제3당의 존립이 어려운 이유는 간단하다. 무엇보다도 양당의 대결 구도에 익숙한 민심은 중도적인 제3정당에는 관심이 없기 때문이다. 지난 대선 이후 촛불 세력과 태극기 세력의 극한적인 대결 구도에 제3당은 정체성을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집권민주당이 30∼40%, 제1야당의 지지율이 20∼30%대 지지에 육박하는데도 제3당이 8%대로 외면 받는 이유이다. 한국사회의 보수와 진보로 양분된 흑백의 여론은 제3 중간 지대를 회색지대로 간주하고 선호하지 않는다. 한국의 양극의 정치판에서 어정쩡한 중도는 기회주의자로 몰려 설 자리를 잃을 수밖에 없다. 여야의 진영논리가 지배하고 합리적 타협론자를 배신자나 기회주의자로 몰아가는 정치풍토에서 제3당은 존립 자체가 어려운 것이다.

또한 제3당은 제도적 측면에서 한국의 패권적 대통령 중심제와 소선거구제 하에서 성공하기는 더욱 어렵다. 서구의 내각책임제 하에서는 다당제를 가능케 하여 제3당이나 군소정당도 존립기반을 확보할 수 있다. 독일이나 프랑스에서 10여 개의 군소 정당이 착근하고 유지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리하여 서구에서는 제3당은 대부분 캐스팅 보트 역할을 하거나 연립정부의 중요 파트너 역할을 한다. 이처럼 서구의 다양한 정당은 서구인들의 다양한 정치적 욕구를 충족시키면서 내각제의 전통을 이어가고 있다. 독일에서는 녹색당이, 이탈리아와 프랑스에서는 공산당이나 극우정당까지 가끔 제3의 정당의 역할을 수행한다. 서구의 내각제와 정치적 관용문화는 다당제를 수용할 수 있지만 우리의 대통령 중심제는 양당제만 선호할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한국 현대 정치사에서 제3의 정당은 결국 성공하지 못하고 실패하였다. 과거 김종필의 자민련과 정주영의 통합국민당도 반짝하다 결국 해체되고 말았다. 과거 이인제, 정몽준, 문국현, 안철수의 대선 전야의 급조된 신당은 대선 참패로 끝나고 말았다. 지금 제3당인 바른미래당이 위기를 맞는 것도 같은 이치이다. 당의 정체성 면에서도 당내의 중도 우파는 우측으로 중도 좌파는 좌 클릭을 강조하고 있다. 그들은 정치적 위기 앞에 양당의 통합에는 선뜻 합의했지만 당의 노선은 여전히 동상이몽 격이다. 이론적으로 보면 보수정당의 개혁을 외치고 진보 정당의 합리성을 주장하는 당의 노선은 상당한 설득력을 지닌다. 그러나 한국형의 현실정치에서는 어느 쪽으로부터도 확고한 지지를 얻지 못하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제3당 바른미래당은 내년 총선까지 버티기도 어려운 입지이다. 바른미래당의 일부는 자유한국당으로 일부는 더불어민주당으로 복당할 가능성이 높다. 결국 내년 총선 공천을 전후하여 한국의 제3당은 또다시 이합집산을 재개할 가능성이 높다. 이 나라 정치 발전을 위해서는 제3당의 정착이 절실히 요구되지만 한국의 정치적 현실은 이를 허용치 않고 있다. 서독은 통일 전 분단된 상황에서도 정치적 다양성을 상징하는 무지개를 의사당 벽면에 걸어 두었다. 당시 서독에는 공산당과 극우 파시스트 정당도 공존했다. 정치적 다양성을 존중하자는 무지개의 7색이 독일 통일의 원동력이 되었음을 우리도 상기해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