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를 많이 피우고도 장수한 사람을 든다면 영국 총리 윈스턴 처질을 말할 수 있다. 하루 10개 정도의 시가(궐련)를 피웠다. 하루종일 입에 시가를 물고 있다. 평생 그가 태운 시가 수가 25만 개라고 소개되고 있으니 애연가임에 틀림없다. 90세까지 장수했으니 담배가 그의 몸에 해롭다는 말은 어쩌면 어울리지 않는다. 그러나 그의 장수에 대해 어떤 이는 이렇게 설명한다. 시가를 피웠는데도 90세까지 살았던 것이 아니고 시가를 피워서 90세 밖에 못 살았을 수도 있다고 한다. 그의 말년이 뇌졸중 등 담배 후유증으로 인한 질환과 고통으로 보냈으니 말이다.

어쨌든 담배는 현대 의학이 인정하는 건강 유해물이다. 흡연은 자살행위와 같다는 말에 이의를 달 수 없다. 담배에서 발생하는 수백가지의 화학물질이 니코틴과 함께 인체를 공격한다. 세계적 통계로 매년 담배로 사망하는 사람이 400만 명이다. 2020년에는 그 수가 1천만 명을 넘을 것이라 한다. 우리나라서도 한해 4만2천 명의 사람이 흡연으로 인한 질병으로 사망한다.

지금은 담배의 유해성이 많이 알려져 국내 흡연율도 많이 떨어졌다. 지난 10년간 4.2%포인트가 줄어 현재 우리의 흡연율은 21.2%다. 남성 흡연율이 39.3%로 처음으로 30%대로 내려갔다고 한다. 반가운 일이지만 우리나라 흡연율은 여전히 OECD국가 중 상위권이다. 담배 유해성을 알리는 광고와 흡연 제한 등으로 애연가들의 입지가 많이 좁아진 가운데 보행 중 담배를 제한하는 내용의 국민건강증진법 일부 개정안이 발의됐다는 소식이다. 간간히 국민청원을 통해 길거리 흡연에 대한 제재 목소리가 나왔으나 법으로 제재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공간과 구역 중심의 규제에서 흡연행위에 대한 규제로 강화됐다는 점에서 법안 처리가 주목된다.

애연가들은 금연구역에 비해 흡연구역이 턱없이 부족해 흡연자의 기본권이 침해당하고 있다는 볼멘 목소리를 낸다. 그동안 정부가 담배를 팔아서 번 돈이 얼마인데 흡연 공간 확보에 너무 인색했다는 반응이다. 길에서 담배를 피우는 행위를 길빵이라 부른다. 앞으로 길빵 단속이 가능해질지 자못 궁금하다. /우정구(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