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제 림

봄이 오는 강변, 빗속에

의자 하나 앉아 있습니다

의자의 무릎 위엔 젖은 손수건이 한 장

가까운 사이인 듯, 고개 숙인 나무 한 그루가

의자의 어깨를 짚고 서 있지만

의자는 강물만 바라보고 앉아 있습니다

영 끝나버린 사랑은 아닌 것 같은데

의자는 자꾸만 울고

나무는 그냥 듣고만 있습니다

언제나 그칠까요

와락, 나무가 의자를 껴안는 광경까지

보고싶은데

손수건이 많이 젖었습니다

그새.

봄이 오는 강변의 의자 하나 나무 한 그루가 있는 풍경을 보여주며 시인은 사랑하는 일의 힘겨움과 이별의 눈물겨움과 아픔을 얘기하고 있다. 사랑은 이렇듯 서로 나란히 앉아 말없이 흐르는 강물을 바라보는 가슴 아픈 것인지 모른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