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김진호 서울취재본부장

“예타면제로 알려진 균형발전을 위한 공공투자사업은 결코 선심성 사업이 아니다. 이 좁은 나라에서 군산·전주에서 포항으로 어떻게 가는 지 아나. 무주·진안·장수에 막혀 못넘어간다. 포항에 경조사 있어도 못 간다. 강릉에서 목포로 바로 가는 길이 없다. 이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나”

지난 12·13일 이틀동안 전북 전주에서 열린 ‘2019 대한민국 국가비전회의’에 참석한 송재호 국가균형발전위원장은 이렇게 분통을 터뜨렸다. 송 위원장은 또 “수도권에서 돈의 사용량 80%, 저축의 65%, 고용의 65%가 이뤄지고, 인구의 절반이 서울에 몰려있다. 어떤 후진국도 인구의 절반이 수도에 몰려있는 곳은 없다”고 수도권 집중의 심각성을 지적했다. 이어 “지역이 비면 서울도 불쌍해진다. 서울시민들은 무슨 죄가 있나. 혼잡한 교통, 치솟는 아파트값을 시민들이 감당해야 한다”면서 “이런 부분을 제일 잘한 곳이 독일인 데, 못사는 도시가 잘사는 도시로부터 돈을 받을 수 있도록 헌법으로 제정돼 있다. 그래서 동독이 오늘의 서독 수준으로 빨리 (경제수준이) 올라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송 위원장은 “바로 이런 재정조정 역할을 우리는 예타면제로 한다”고 설명한 뒤 “인구가 없으면 예타가 안된다. 사람이 없으니 수익성이 없다. 수익성을 맞추라면 말이 안된다. 그래서 예타를 울고 울어도 못넘는 벽이라 해서 통곡의 벽이라고 한다”고 예타제도 개선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다만 제도 고치는 시간이 많이 걸리니 제도를 고치기 전에 각 시도마다 꼭 필요한 사업을 먼저 할 수 있도록 해보자는 게 바로 예타면제사업의 취지라는 설명이었다. 끝으로 송 위원장은 “이번 공공투자사업은 지방에 주는 선물이 아니라 아프고 힘든 사람을 위한 처방”이라면서 “예타면제 사업은 지역균형발전을 위해서라도 2차, 3차 계속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지난달 29일 국가균형발전위원회가 발표한 ‘2019 국가균형발전 프로젝트’예비타당성 조사 면제 사업대상에 대해 경북지역에서는 매우 실망스럽다는 반응들이 많았다. 경북도가 요청한 동해안고속도로(7조원)와 동해중부선 복선전철화(4조원)사업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신 2순위로 신청한 동해중부선 복선전철화사업을 축소한 단선전철화사업으로 생색만 내는 정도에 그쳤고, 사업비도 4천억원으로 줄었다. 경북도는 경남도의 김천~김해간 남부내륙철도 사업(4조7천억원)의 일부 구간(고령~성주~김천 60㎞)의 사업비 1조6천억원을 확보한 셈이어서 선방했다는 공식적인 입장을 내놨지만 지역민심은 싸늘했다.

그 와중에 일부 보수언론에서는 지역별 예타면제 사업 선정을 두고 내년 총선을 겨냥한 선심성 사업이 아니냐며 비판의 칼날을 들이댔다. 이런 비판을 의식한 듯 14일에는 더불어민주당 참좋은지방정부위원회 (위원장 김두관 의원) 주최로 ‘2019국가균형발전프로젝트 토론회’가 국회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 열렸다. 이 자리는 정부가 예타면제사업을 선정 발표함에 따라 시도별 의견수렴을 통해 국가균형발전 프로젝트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고, 지역혁신의 성장판을 확대하겠다는 취지였다.

이날 토론회에서 발제한 김영수 산업연구원 지역발전연구센터장은 “균형발전을 목표로 하는 사업들을 선별해 균형발전차원에서의 예타를 독자적으로 수행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번처럼 예타면제사업을 일회성으로 할 게 아니라 정례화하거나 절차화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지적이었다.

이날 토론회에 토론자로 나선 필자는 경북지역의 경우 경북도가 예타면제사업으로 신청한 사업이 모두 무산되고, 4천억원 규모의 단선전철화사업만 선정돼 민심이 들끓고 있다고 전했다. ‘성공하는 사람은 방법을 찾고, 실패하는 사람은 핑계를 찾는다’고 했다. 지역소멸의 위기에 처한 경북지역에도 균형발전을 목표로 한 제2, 제3의 예타면제사업이 선정될 수 있기를 바라마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