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동남권 신공항 건설 ‘판도라 상자’를 다시 열어젖혔다. 문 대통령은 13일 오후 부산 시내 한 식당에서 가진 지역 경제인과 비공개 오찬간담회에서 “부산시민들이 신공항에 대해 제기하는 것이 무엇인지 잘 알고 있다”면서 “가급적 빠른 시일 내에 결정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대통령의 발언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놓고 억측이 난무한다. 정부 안에서는 지금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가.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동남권 신공항 문제와 관련, “이달 말 부산·울산·경남 차원의 자체검증 결과가 나오는 것으로 안다. 만약 (영남권 광역단체들의) 생각이 다르다면 부득이 총리실 산하로 승격해 검증 논의를 결정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부산시는 “(대통령 발언은) 신공항과 관련해 부산시의 의도를 전적으로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는 환영 입장을 밝혔다.

‘동남권 신공항’ 문제는 한반도 동남쪽에 인천공항에 이은 동북아 제2의 허브공항을 짓겠다는 목표로 추진한 사업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국토부에 타당성 검토를 지시하면서 2006년 말 공론화된 이 사업은 2010년 7월에는 20명의 전문가로 구성된 입지평가위원회가 구성돼 두 후보지를 대상으로 평가작업을 벌인 끝에 2011년 3월 30일 가덕도와 밀양 모두 합격 기준에 이르지 못하면서 전면 백지화로 결론이 내려졌다.

부산·경남·울산 지역 단체장들은 이미 확정된 김해공항 확장안을 폐기하고 가덕도에 신공항을 건설해야 한다고 줄기차게 주장해왔다.

행정안전부도 이번 설 직후 작성한 지역 민심 동향 문건에서 ‘이철우 경북지사와 권영진 대구시장은 정부가 대구통합공항 이전을 먼저 확정하고 추진해준다면 가덕도 신공항 건설에 반대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라고 명시했다.

문 대통령의 발언을 놓고 해석이 분분하다. 청와대 관계자가 “정해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했지만, 부산시는 이날 “대통령께서 큰 선물을 주셨다”고 밝혔다. 한때 영남권에 극심한 지역갈등을 일으켰던 동남권 신공항 이슈를 다시 일깨운 대통령의 의중이 궁금하기 짝이 없다. 총리실이 직접 검증을 거쳐 가덕도 신공항 추진으로 방향을 틀 수도 있다는 뜻으로 읽힌다. 대구공항 이전과 연계한 대구·경북의 대응이 과연 슬기로운 것인지도 의문이다. 땅덩어리도 좁은 한국에 공항을 왜 그렇게 늘려야 하는지 모르겠다는 해외 전문가들의 지적과 적자투성이인 지방공항의 현실도 떠오른다. 최근 PK(부산·경남) 방문이 잦아진 문재인 대통령의 행보에 “내년 총선을 위한 선거운동”이라는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대위원장의 비판이 사실이 아니기를 바란다. 국익은 젖혀놓고 권력 유지를 위한 정치공학만 판을 치는 나라에 무슨 미래가 있을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