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의호포스텍 명예교수·DGIST 총장특보
서의호 포스텍 명예교수·DGIST 총장특보

5·16이 일어난 다음해인 1962년, 서울 마포에 2년제 수도공업초급대학이 세워졌다. “국가의 자주 독립을 고수·발전시키고 인류 평화 건설에 기여할 인재를 양성한다.” 는 구호 아래 한국전력이 만든 대학이다. 이 대학은 2년후 4년제인 수도공과대학으로 개편되었다. 한국전력은 흩어진 전력회사들을 통합하면서 전문인력 공급이 절실했다. 그래서 세운 것이 수도공대였다.

당시 수도공대 인기는 대단했다. 전교생에게 기숙사와 장학금을 지급하고 취업률도 좋아서 가난하게 살던 시절 인재들이 몰렸다. 하지만 수도공대의 영화는 오래가지 못했다. 국가로부터 재정조달이 줄고 한전의 보조금도 줄어들면서 수도공대는 인기를 잃었고, 결국 1971년 홍익대에 이양됐다. 한국전력은 두 번째의 공대 설립을 시도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선거공약이었기 때문이다. 서부의 포스텍을 표방하는 한전공대의 부지가 최종 확정되면서 한전공대 설립이 본격화 되고 있다. 명분은 에너지기술의 육성이라는 것이다.

지금 한국엔 수십개의 종합대학교 공대가 있고 특성화 공대가 5개나 있다. 미국, 유럽, 일본 등과 비교하여도 국토와 인구수의 규모에 비해 특성화 공대의 숫자는 결코 적지 않다. 더구나 고교졸업생의 감소가 예상되어 대학이 문을 닫아야 하는 상황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4년제, 2년제 대학을 합쳐 350개의 대학숫자는 어떤 선진국가보다도 인구비례로 많은 숫자이다.

지금 대학 설립 주체로서 자금줄이 돼야 할 한국전력이 적자를 보고 있는 상황이다. 운영비 일부 지원을 약속한 지방자치단체의 열악한 재정도 문제다. 한전은 6년 만에 4천억원이 넘는 적자를 앞두고 있고 운영비 등의 부담을 함께 짊어져야 할 전남도는 재정자립도가 30%대로 17개 광역시 중 꼴찌 수준이어서 원활한 재정 지원이 가능하지가 않다.

또한 설립에 약 5천억원이 필요하고 설립 후에도 매년 운영비로 약 1천억원 이상이 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는데 과연 그런 비용을 감당할 능력이 한전에 있는 것인가.

이런 와중에 한전공대는 2022년 개교를 6개 학과에 학부생 400명, 대학원생 600명, 교수 100명으로 혜택이 파격적이다. 등록금 전액 면제에 기숙사까지 무료로 제공은 기본이고 특히 눈길을 끄는건. 교수들에게 다른 특성 과기대의 3배 이상의 연봉을 준다고 한다. 어떻게 이런 발상이 나올수 있는지 어안이 벙벙해 진다. 다른 대학교수의 3배 이상의 연봉을 주어 우수교수들을 빨아들이겠다는 발상인데 이는 현실적으로 큰 혼란만 초래할 것이 예상된다.

연봉 3배는 즉흥적 발상의 대표적인 사례라고 보여진다.

과거 정보통신부와 산하기관인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민간 KT 등이 공동으로 설립해 1998년 개교한 사립대 한국정보통신대학교(ICU)는 정권이 바뀌고 ICU는 국가나 공공기관은 사립학교를 설립할 수 없음에도 규정을 어기고 국비를 지원받았다는 감사원의 지적(2004년)을 받고 결국 카이스트에 통합되었다. 정권이 바뀌면 한전공대 설립이나 운영이 난항을 겪을 것은 자명하다. 현재 한전공대 설립은 현 대통령의 선거공약이었다는 이유 외에는 뚜렷한 명분을 찾을 수 없다.

내세운 에너지 연구는 국내 수많은 공대 특히 5개 과기특성화 대학에서 이미 많은 연구를 하고 있고 만일 부족하다면 이러한 기존의 공대를 한전이나 정부가 지원해 주는 것으로 충분하고 지역을 고려 하더라도 광주의 지시트의 에너지 관련 연구 교육을 강화하면 된다.

지금 우리는 정치적인 논리로 세워지는듯한 인상을 주는 한전공대 설립이 진정 국가백년대계에 필요한 것인지 곰곰 생각해 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