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만에 ‘나 그대에게’ 콘서트 개최
3월8일부터 서울 시작 광주·부산·대구 전국투어 계획

“노래를 불렀더니 꼭 제가 이장희라는 걸 증명하는 것 같네요.”

포크 음악계의 전설 이장희(72)가 기타를 내려놓으며 호탕한 웃음을 터뜨렸다. 대표곡 ‘내 나이 60하고 하나’와 ‘그건 너’를 열창한 다음이었다.

이장희는 13일 중구 정동의 음식점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다음 달 6년 만에 서울에서 여는 콘서트를 앞둔 소회를 밝혔다. 음악 동지 강근식(73), 조원익(73)도 자리를 함께했다. 2004년 미국에서 귀국해 울릉도에 터를 잡은 이장희는 경상북도청과 손잡고 지난해 5월 울릉천국 아트센터를 개관했다. 150석 규모 공연장에서 강근식, 조원익과 봄여름 상설공연을 벌였다.

올해는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오는 3월 8∼9일 서울 LG아트센터에서 ‘나 그대에게’라는 타이틀로 한 단독 콘서트를 시작으로 광주, 부산, 대구 등지를 도는 전국투어도 계획 중이다.

“제 노래 ‘나 그대에게 모두 드리리’에서 공연 제목을 따왔어요. 공연에 오는 분들에게 사랑을 전하고 싶다는 생각에서였죠. 이 노래는 아마 제 노래 중에 가장 사랑받은 노래인 것 같아요. 인간인 이상 누구나 느끼는 감정을 표현한 덕분이겠지요. 예전에는 단조로운 것 같아서 썩 좋아하는 노래가 아니었는데, 나이가 들면서 애착이 가더군요.”

사실 이장희가 마이크를 다시 잡은 지는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싱어송라이터로승승장구하던 그는 1975년 대마초 파동에 연루돼 음악을 내려놓았다.

1980년대 초 미국으로 넘어가 1988년 라디오코리아를 설립했고, 방송국은 1992년 아프리카계 미국인의 로스앤젤레스(LA) 폭동 당시 교민들을 구조하는 상황실 역할을 하며 성장했다. 그러나 2003년 전파를 임대한 중국계 방송이 전파료 인상을 요구하자 문을 닫고 2004년 귀국, 울릉도에서 농사를 지었다.

그러다 2011년 무교동 음악감상실 쎄시봉 출신 가수들이 화제가 되면서 음악계로 복귀했다. 최근 KBS ‘불후의 명곡’에선 까마득한 후배들이 그의 노래를 재해석해 감동을 줬다. 이장희는 “의외로 노래방에서 제 노래를 많이들 불러주셔서 저작권 수입도 적지 않다”고 농반진반 말했다.

“다시 주목받을 땐 어쭙잖다고 느꼈어요. 나는 40년간 노래를 안 했는데, 속으로 자신에게 ‘네가 가수야 인마?’ 싶었죠. 그런데 다시 하다 보니 제가 노래를 정말 좋아했다는 걸 깨달았어요. 그러니 대학(연세대)도 중간에 그만두고 음악만했나 봐요. 이제 70세가 넘었으니 인생의 황혼 아니겠습니까. 붉게 타는 황혼은 아름다우면서도 쓸쓸하지요. 이런 행복하면서도 안온한, 복잡다단한 마음을 노래하고 싶어요. 옛날 주특기를 살려서 황혼에 선 마음을 다룬 노래를 만들고 싶습니다.” 이장희는 이번 서울 공연에서 잘 알려진 1970년대 히트곡은 물론, 그동안 공개하지 않았던 레퍼토리도 들려준다. 미국으로 이주했던 초창기 만들었다가 세상 빛을보지 못했던 노래들을 처음으로 공개할 계획이다.

“유행가란 시대를 타고 넘어가는 것이거든요. 공연에 오는 분들도 아마 50∼70대, 같은 시대를 살아낸 분들일 겁니다. 현실을 살아가는 건 늘 괴로운 일이지만 추억은 늘 아름답지요. 그때를 따뜻하게 추억할 무대를 보여드릴 겁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