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형시인·산자연중학교 교사
이주형 시인·산자연중학교 교사

SKY캐슬의 위력이 대단하다. 광고계는 물론 각종 토크쇼까지 캐슬 출연자들이 점령했다. 대박 드라마의 파급 효과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된다. SKY캐슬처럼 우리 사회의 가장 아픈 곳을 적나라하게 표현한 작품은 단순하게 보고 즐기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작품에서 다룬 사회 문제가 현실에서는 꼭 해결되기를 바라는 주술 같은 기원을 담고 있다.

특정 정치인들의 골수 지지자들을 제외하고 지금 우리 사회에 대해 희망을 이야기하는 사람은 없다. 특히 사업을 하시는 분들은 규모를 떠나 모두 죽을힘으로 버티고 있다. 그런데 그 힘도 거의 소진되고 있다. 이들이야말로 최선을 다해 열심히 사는, 이 나라를 지탱하고 있는 주춧돌과도 같은 사람들이다. 그런데 이들이 흔들리고 있다. 이들이 무너지면 이 나라도 무너진다. 위기 체감 지수라는 것이 있다면 그 수치는 이미 최대치를 넘어섰다.

그럼 교육위기 체감 지수는 어떨까? 단언컨대 다른 어떤 분야보다 월등히 높다. 이를 증명하듯 “공교육은 죽었다. 학교는 죽었다.”라는 말들이 더 이상 소설이나 연구논문의 주제가 아닌 일상 언어가 되었다. 그리고 급기야 SKY캐슬과 같은 드라마가 만들어졌다.

교육위기 체감 지수를 계산할 항목들이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니나 필자는 교육의 본질과 교육과 사회의 관계 등을 고려하여 다음과 같은 항목들을 추출해 보았다. 교육의 본질에 대한 지속도, 공교육의 사회 기여도, 사회 변화 반영도, 공교육에 대한 교육 수요자의 기대와 신뢰도, 교육 공급자들의 교육 의지 및 유연성 정도! 각 항목들의 점수는 얼마일까?

그 답은 우주가 말해준다. 우리 교육은 우주를 비롯해 학생들을 학교 밖으로 내몰고 있다.

“엄마, 아빠 실은 책상에 앉으면 공부가 다 되는 줄 알았어요. 성적이 인생에서 제일 중요한 줄 알았으니까요. (중략) 성적, 대학, 이런 거 정말 아무것도 아닌 것을 알았어요. (중략) 이렇게 귀한 시간을 앞으로 내가 어떻게 살아야할지도 모른 채 성적이나 올리자고 문제나 풀어대면서 낭비할 순 없어요.(중략) 힘은 아빠, 내가 어느 대학을 나왔는지 보다 내가 누군지, 어떤 사람인지, 뭘 위해 사는지, 그게 선명할 때, 그게 뚜렷하고 확실할 때 나오는 거 아니에요?”

우주가 학교를 그만 두기로 결심하고 부모와 나눈 이야기다. 우리는 우주의 물음에 뭐라고 답할 것인가? 그런데 비록 드라마이지만, 어느 교사는 이렇게 답을 했다.

“니들은 인간이기 전에 학생이야, 고3이라고! 대학갈 생각을 해야지 학교를 관둬! 자아탐구 좋아하시네. SKY 못가면 뭐라고? (학생들 - 사람대접 못 받는다.)”

드라마는 끝났지만 학벌주의 사회는 더 공고(鞏固)해지고 있다. 학교 교육은 명문대를 가기 위한 수단이자 도구가 되어버렸고, 명문대 진학을 성공의 기준으로 생각하는 교사들은 명문대라는 올가미로 학생을 겁박(劫迫)하고 있다.

또 학부모들은 말로는 배려니, 희생이니, 양보니, 참교육이니 떠들면서 속으로는 내 자식만의 성공을 위해 물불을 가리지 않고 있다. (물론 모든 교사와 학부모들이 이렇다는 것은 절대 아니다.) 위선자들로 가득한 우리 학교 교육에 정말 희망이라는 단어가 존재하기나 할까?

드라마나 영화가 무서운 것은 그 내용이 현실을 바탕으로 한다는 것도 있지만, 그 장면들이 가까운 시일에 현실이 된다는 것이다. 그러기 전에 배우들의 절규가 헛된 메아리가 되지 않도록 우리는 절규가 주는 경고를 똑똑히 기억하고 교육 현장을 점검해야 한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학교도, 교사도, 학부모들도 알기는 알지만 실천할 의지가 전혀 없어 보인다.

오늘도 학생들은 어떻게 하면 학교를 나올지 학원에서 고민하고 있다. 연중 내내 환하게 불 밝힌 학원과 겨우내 불 꺼진 학교, 참 아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