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스는 별책부록’ ‘진심이 닿다’
주연 남녀들 남다른 ‘케미’에 호평

‘로맨스는 별책부록’(왼쪽)과 ‘진심이 닿다’의 포스터. /tvN 제공
나이 차가 열 살이 나도, 한 번 봤던 커플이라도 상관없다. 로맨틱코미디에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호흡’이다.

최근 tvN이 나란히 내놓은 주말극 ‘로맨스는 별책부록’과 수목극 ‘진심이 닿다’가 주연 남녀의 남다른 ‘케미’(케미스트리·조화)에 힘입어 잔잔한 호평을 받는다.

◇ 내려놓은 이나영, 만화 같은 이종석…‘로맨스는 별책부록’

‘로맨스는 별책부록’은 이나영(40)의 9년 만 안방 복귀작이자 10살 연하인 이종석(30)과의 호흡으로 방송 전부터 기대를 모았다.

나이 차에 대한 우려가 무색하게 두 사람은 초반부터 작품 안에서 자연스럽게 녹아든 모습을 보여준다.

특히 드라마에서 보지 못했던 사이 아내이자 엄마가 된 이나영이 나이 차가 꽤 나는 이종석에게 어울리기 위해 인위적으로 젊고 예쁘게 보이려 애쓰지 않는 게 주효했다.

이나영은 잘나가는 카피라이터였지만 결혼과 출산 후 경력단절 여성이 됐고, 이혼 후 출판사 업무지원팀으로 겨우 재취업한 강단이를 현실적이면서도 사랑스럽게 그려낸다. 단이는 집도 절도 없고, 어렵게 구한 직장에서도 장애물의 연속이지만 절대 궁상맞지 않다. 친동생 같은 동생 차은호(이종석 분)를 대할 때도 억지스러운 애교보다 친근함과 설렘을 자연스럽게 오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나영이 단이를 통해 현실과 로코 사이에서 톤을 조절해주는 덕분에 이종석은 좀 더 로코에 집중할 수 있게 됐다.

이종석은 어릴 적 단이가 자신을 구해준 이후부터 줄곧 누나밖에 몰랐지만, 그만큼 소중하기에 자신의 마음을 더 신중하게 들여다볼 줄 아는 ‘멋진 놈’을 마음껏 멋있게 연기 중이다. 티격태격하는 ‘현실 동생’이면서도 사실상 단이에게 키다리 아저씨와도 같은 분위기를 잘 살려 로코의 설렘을 확보했다.

기대 이상인 두 사람의 호흡에 더해 또 다른 연하남 지서준 역의 위하준, 은호를 오래 짝사랑해온 송해린 역의 정유진은 작품을 더욱 풋풋하게 만든다. ‘서브’로서 유발할 수 있는 짜증스러움도 두 사람에게는 없다.

‘로맨스는 별책부록’은 아울러 오피스 로코 흥행의 필수 요소인 오피스 내 팀워크까지 갖췄다. 싱거운 듯 듬직한 대표부터 단이를 괴롭히지만 결국 편이 돼줄 것 같은 이사, 팀장들, 그리고 특징 뚜렷한 입사 동기들까지 골고루 극을 받치며 시청률이 5%(닐슨코리아 유료가구)를 돌파하는 데 일조했다.

◇ 사랑스러운 유인나, 까칠한 이동욱…‘진심이 닿다’

사랑스러운 유인나(37)와 까칠한 매력의 이동욱(38), 이 조합을 두 번이나 보면질리지 않을까 우려했지만 기우였다.

2년 전 드라마 ‘도깨비’ 속 써니와 ‘진심이 닿다’ 속 오진심은 솔직히 꽤 닮았다. 꼭 유인나가 연기해서가 아니라, 공주병이지만 밉지 않고, 푼수 같아도 머리부터 발끝까지 사랑스러운 캐릭터가 똑 닮았다. ‘도깨비’ 마지막 회에서 배우로 환생한 써니가 오진심이 아닐까 싶을 정도다.

하지만 두 번 봐도 사랑스러울 정도로 유인나는 이런 캐릭터에 ‘찰떡’이다.

진심은 변호사 역으로 연예계에 복귀하기 위해 로펌에 임시 취업했지만, 기본적인 전화 내선 연결과 복사도 제대로 할 줄 몰라 오정록(이동욱 분)에게 핀잔을 듣기일쑤다. 그러나 결코 풀 죽지 않은 그는 결국 정록이 백기를 들고 자신을 파트너로 인정하게 만든다.

매 순간 사랑스럽고 통통 튀는 유인나 옆 차분하게 까칠한 이동욱은 극의 균형을 잡는다. 로코가 시종일관 발랄하기만 한다면 설렐 여유가 없겠지만, 이동욱의 차분한 연기가 유인나의 애교 연기와 조화를 이루며 충분히 설렐 시간도 선물한다.

사실 ‘진심이 닿다’는 로코극 치고도 결말은 뻔한 축에 속한다. 시청자는 제목처럼 진심의 진심이 결국 정록에게 닿아 두 사람의 사랑이 이뤄질 것을 안다. 또 진심은 화려하게 오윤서로 복귀할 것이다. 결말을 알기에 시청자는 오히려 아기자기한과정에 집중하며 로코 본연의 맛을 즐길 수 있다. 시청률도 4%대에서 순항 중이다.

한 드라마 제작사 관계자는 13일 “로코는 장르 특성상 극의 중심에 있는 남녀 주인공의 연기 호흡이 매끄럽지 않다면 시청자를 사로잡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시청자 입장에서는 단순히 연기의 기술적 측면뿐 아니라 극 외적인 호흡도 중요한데, ‘진심이 닿다’는 전작 ‘도깨비’에서 완성되지 못한 이동욱-유인나의 애틋한 관계가 기대심리로 작용하고, ‘로맨스는 별책부록’은 이나영에 대한 이종석의 오랜 팬심과 9년 만에 복귀한 이나영의 망가지는 연기가 어우러져 시청자를 끌어당기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