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도 현

둥굴레 새싹이

새싹의 대가리 힘으로

땅을 뚫고 밖으로 고개를 내민 게 아니다

땅이 제 몸 거죽을 열어 비켜주었으므로

저렇드키, 저렇드키

연두 태어난 것

땅이 비켜준 자리

누구도 구멍이라 말하지 않는데

둥굴레는 미안해서

초록을 펼쳐 가린다

봄이 되어 둥굴레 새싹이 땅을 뚫고 나오는 것을 본 시인은 생의 중요한 이치 하나를 깨닫는다. 제목처럼 ‘비켜준다는 것’이다. 자기 외의 다른 생명체를 위해 최선을 다해 자신의 생의 여건이나 상황을 남을 위해 배려하다는 아름다운 양보와 배려의 정신을 세상을 향해 던져넣고 있는 것이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