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 선관위, 연기 불가 재확인에
홍준표 결국 불출마 선언 ‘파행’
오세훈 등 5명도 ‘보이콧’ 고민
보름 남기고 ‘기형적 전대’ 우려

자유한국당 지도부와 당권 주자들이 전당대회 일정 연기를 두고 팽팽히 맞서고 있는 가운데 ‘반쪽 전당대회’가 현실화되고 있다. <관련기사 3면>

한국당 전당대회 후보등록을 하루 앞둔 11일 한국당 선거관리위원회가 긴급 전체회의를 열어 ‘전당대회 일정 변경 불가’ 방침을 재확인했다. 박관용 선관위원장은 당권 주자들이 전대 연기를 요구한 것에 대해 “(전당대회를) 보이콧하는 것은 그 사람들 사정”이라며 수용불가 입장를 못박았다. 이들 요구대로 전대 연기 가능성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게 당 안팎의 평가다.

당 지도부의 이 같은 결정은 책임 있는 공당으로서 국민에 대한 예의가 아닐 뿐만 아니라 당으로서 지킬 원칙이라는 입장이다. 김병준 비대위원장은 그동안 “효과 면에서도 미북정상회담 합의사항이 나오기 전에 전당대회를 치르는 게 낫다”, “전당대회는 미북정상회담 결과가 나오기 전인 27일에 예정대로 치르는 게 옳다” 등의 입장을 견지해 왔다. 이에 따라 유력 당권주자로 분류되는 황교안 전 국무총리는 예정대로 12일 후보 등록을 강행할 것으로 전해졌다.

당의 강경한 입장에 홍준표 전 대표는 결국 불출마를 선언했다. 그는 입장문을 통해 “끝까지 함께하지 못해 유감”이라며 “저를 믿고 지지해 주신 국민과 당원 동지 여러분께 진심으로 죄송하고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불출마를 선언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번 전대는 모든 후보자가 공정한 경쟁을 해 우리 당이 새롭게 태어나는 계기가 돼야 한다. 탄핵 뒤치다꺼리 정당으로 계속 머문다면 이 당의 미래는 없다”며 황 전 국무총리를 겨냥했다. 당초 황 전 총리, 오 전 시장, 홍 전 대표가 경쟁을 펼치면서 전대 흥행 바람을 일으켜 이것이 ‘컨벤션 효과’로 이어질 것이라 기대했지만 홍 전 대표가 불출마하면서 전대 흥행 분위기는 한풀 꺾일 수 밖에 없게 됐다.

더구나 오 전 시장을 비롯해 심재철·안상수·정우택·주호영 의원 등 5명은 이날 언론 인터뷰와 지역 방문 등 공개 일정을 모두 취소하고 ‘단일 대오’를 유지하며 후보 등록 여부를 놓고 고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당권 주자인 현역의원들이 후보 등록을 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이럴 경우 전당대회가 자칫 황교안 추대식으로 흘러가, 당 지도부의 정당성에 흠집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심지어 의원들은 미래 아닌 과거로 되돌아가, 이른바 ‘도로 친박당’으로 회귀하는 것에 대한 것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이와 관련, 지역의 한 의원은 “정부·여당의 독주와 독선을 견제하고 보수 개혁을 통해 국정운영의 균형을 회복해야 할 야당이 이 같은 행태를 보여서는 새로운 지도부가 들어서더라도 국민의 기대를 모으기 힘들다”고 우려했다.

이런 와중에 당권 주자 5인의 고심은 깊어져 가고 있다. 단일화를 통해 반(反) 황교안 전선을 구축할지, 아니면 전대 연기론을 주장하며 자연스레 불출마할 지를 놓고 깊이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당권 주자 5인 간에는 후보 단일화 논의가 물밑에서 이뤄지고 있어, 한국당 전당대회가 어떻게 흘러갈지 오리무중인 상태다.

/박형남기자 7122love@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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