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무 살 청년 스완은 뜻을 품고 보스톤을 향해 여행 중입니다. 고단한 걸음을 잠시 쉬려 숲 속 나무 아래서 단잠에 빠집니다. 마차가 바퀴 고장으로 숲 옆에 멈춥니다. 산책이나 하자며 마차에서 내린 나이 지긋한 부부는 숲으로 들어갑니다. 세상 모르고 깊은 잠에 빠진 스완의 얼굴을 물끄러미 내려다보며 부인이 말합니다. “죽은 헨리와 너무 닮았어요. 헨리가 살아서 돌아온 것이 아닌가 착각할 정도네요. 우리 양자로 삼으면 어때요?” 이 부부는 백만장자로 외아들을 잃고 상속할 친척이라고는 문제 많은 조카뿐이라 고민 중이었거든요. 이들은 스완이 스스로 깨어 주기를 바랍니다. 지켜보는 동안 하인이 달려오지요. “주인님 마차가 다 준비됐습니다” 깜짝 놀란 부부는 스완을 포기하고 자리를 떠납니다.

어여쁜 처녀가 숲으로 옵니다. 멋지게 생긴 청년이 자고 있는 것을 발견하고는 부끄러워 달아나려는데 벌 한 마리가 스완 눈꺼풀에 앉으려 하자 소녀는 손수건을 꺼내 벌을 쫓아내고 청년의 얼굴을 찬찬히 들여다봅니다. 잘 생긴 스완의 얼굴에 마음이 크게 흔들립니다. 그렇지만 곤히 잠들어 있는 스완을 깨울 용기는 없었습니다. 소녀는 못내 아쉬운 마음으로 길을 떠나야만 했습니다.

잠시 후 악당이 숲으로 들어옵니다. 번뜩이는 칼을 스완의 가슴에 대고 주머니를 뒤지기 시작합니다. 그 순간 개 한 마리가 달려오고 악당은 놀라서 도망칩니다. 스완은 비로소 잠에서 깨어납니다. 잠든 사이 백만장자의 상속인이 될 뻔한 기회, 예쁜 처녀와 사랑을 할 기회를 놓쳤습니다. 악당들에게 모든 것들을 빼앗길 수도 있었지요. 나다니엘 호손의 단편 데이비드 스완(David Swan) 줄거리입니다.

신영복 선생은 이렇게 말합니다. “우리는 새로운 꿈을 설계하기 전에 먼저 모든 종류의 꿈에서 깨어나야 합니다. 꿈보다 깸이 먼저입니다. 꿈은 꾸어 오는 것입니다. 그렇기 떄문에 어디서, 누구한테서 꾸어 올 것인지 생각해야 합니다. 깸은 여럿이 함께 해야 한다는 사실입니다. 집단적 몽유는 집단적 각성에 의해서야만 깨어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몽유에 빠져 소중한 기회를 자신도 모른 채 잃어버린 어리석은 삶이 아닌 깨어 있어 꿈을 ‘꾸어’올 시간들을 기대합니다. 유럽의 혁명은 카페에서 술 대신 커피를 마시기 시작하면서부터 비롯했다는 설이 있습니다. 2019년은 나 개인이, 우리 가정이, 이 사회가 긴 잠에서 깨어나 맑은 정신으로 우리의 앞길을 마주하는 한 해이길 소망합니다.

/조신영 인문학365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