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시민은 또한번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지난 10일 낮 12시53분쯤 포항시 북구 동북동쪽 50km 해역에서 규모 4.1의 지진이 발생해 시민들을 놀라게 했다. 다행히 별다른 피해는 없었지만 사상 최악의 지진피해를 경험한 포항시민에게는 충격적 소식이었다.

포항은 지진으로부터 안전한 도시가 될 수 없는 것일까 하는 의문과 함께 지진 트라우마에 시달려 온 많은 사람들은 또한번 고통의 순간을 경험했다.

2009년부터 10년간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규모 4.0이상 지진은 14회다. 이 중 8회가 포항, 경주, 울산 인근 앞바다에서 발생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도 포항지방은 지진이 더 계속 될 것이라 예측했다. 지진이 잦다고 방심하고 경계를 늦추면 안 된다는 경고의 뜻이다.

10일 발생한 포항지역의 지진으로 포항시의 재난대응 관리시스템의 허점이 그대로 드러났다고 한다. 불과 1년 2개월 전 수천 명의 이재민을 낸 도시라고 하기에는 재난대응 관리시스템이 너무 허술했다. 사상 최악의 피해를 경험한 도시라면 적어도 갖춰야 할 최소한의 시스템도 이번 지진에서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고 한다. 걱정스런 일이다.

문자발송이 대표적 사례다. 포항시는 2016년부터 재난문자 서비스를 하고 있으나 주민이 자발적으로 신청한 경우에 한해 보내기 때문에 현재는 5만8천 명 정도에게만 보내고 있다.

그러나 이마저도 이번에는 1시간 넘게 문자발송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한다. 내부 행정절차를 거치다 보니 늦어졌다는 것이 이유라고 한다. 재난문자 서비스는 말 그대로 재난 상황에 미리 대비하도록 긴급하게 보내는 문자인데 내부절차 운운한다면 뭔가 인식이 잘못된 행정이다. 시간을 촉박하게 다퉈야 할 내용이 시간을 놓친다면 아무런 소용이 없는 일이 된다. 재난에 대응하는 공기관의 안이한 자세라고 볼 수밖에 없다.

또 같은 날 기상청이 발송한 문자 메시지를 통해 지진발생을 안 시민들은 지진 이후 대처 상황을 몰라 포항시로 연락했으나 포항시의 재난상황실은 먹통이었다. 누구한테 물어보고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 갑갑한 상황이었다고 한다.

이강덕 시장은 지진발생 이틀 전 포항의 지진상황을 대통령에게 보고하고 역대급 포항지진을 기록으로 남겨 재난에 대한 경각심을 높여야 한다고 건의했다. 포항지진을 기록으로 남겨야 한다면 재난대응 시스템에서도 최고의 기반을 구축하는 것이 당연한 일이다.

2017년 11월 포항에서 발생한 지진은 우리나라 사상 최고의 피해를 낸 지진이다. 아직도 이재민대피소가 운영되고 있고 피해주민의 보상 문제도 끝나지 않았다. 포항의 지진 극복은 피해 보상의 문제를 넘어 재난관리에 대한 선진화에 달렸다. 포항시민이 각종 재난에도 안심하고 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재난 시스템 구축에 관련기관의 더 많은 관심이 절실한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