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바람 나는 업무환경 조성에 방해되는 직원 3명을 적어 넣으시오'?
노조 발전방안 모색 설문 중
동료 고발 취지 14번 문항 논란
조합원들 항의방문 등 큰 반발

구미시공무원노조가 설문조사를 실시하면서 동료 직원을 고발하는 문항을 넣어 논란이 되고 있다.

올해 새롭게 취임한 제4대구미시공무원노조는 지난 7일부터 8일까지 노동조합 발전방안을 모색하는 설문조사를 조합원을 대상으로 실시했다.

이 설문조사는 기본사항, 노동조합, 조직문화, 인사제도, 기타의견 등 5가지 카테고리에 26가지 문항으로 이뤄져 있으며, 노조위원장과 구미시장, 구미시의회에 건의사항을 추가해 A4용지 총 8장 분량으로 구성됐다.

설문조사에는 불필요한 예산낭비 사례와 육아문제 등 대부분 조합원들에게 필요한 사항이나 불편한 사항들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조직문화에 대한 설문 중 14번 문항이 논란이 되고 있다. 이 문항은 신바람 나는 업무환경 조성에 방해가 되는 행위를 가장 많이 했다고 생각하는 직원 3명을 적으라는 것.

그러면서 방해행위에 대한 예시로 연가나 교육 결재요청 시 노골적으로 눈치주기 또는 사유 캐묻기, 지나친 자료 수정 및 과도한 자료요구, 과도한 회식 및 음주강요, 인격모독적 언행, 지나친 공동경비 지출요구, 성추행 행위나 발언으로 수치심 유발, 개인신상 등의 사유로 고의적 업무 기피자, 상습적인 불성실 근태(종일 출장 등), 고의적 업무지시 미이행으로 타직원에게 업무 전가 등을 들었다.

하지만, 이 설문내용을 접한 조합원들의 대다수가 강하게 반발했다.

조합원들은 사실상 조직문화에 도움이 안되는 3명을 고발하라는 취지로 받아들이고 있다.

실제 몇몇 조합원들은 노조 사무실을 직접 찾아가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다.

한 조합원은 “공무원들의 편익을 대변하고, 공무원 서로간 화합을 이끌어야 할 공무원노조가 동료 직원을 고발하라는 취지의 설문조사를 한다는 것 자체가 이해가 가지 않는다”면서 “노조가 누구를 위해 어떤 일을 해야하는지 똑바로 알기 바란다”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이중호 구미시공무원노조위원장은 “설문조사 문항이 잘못된 것을 인정한다. 좀 더 신중하게 했어야 했는데 의욕만 너무 앞선 나머지 큰 실수를 했다”면서 “이번 사태로 조합원들에게 실망감을 안겨 준 것에 사과한다. 앞으로 신바람 나는 업무환경을 만들기 위해 더 많은 고민을 하는 노조가 되겠다”고 해명했다.

구미/김락현기자 kimrh@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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