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한동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
배한동 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

미국 대통령 트럼프의 정치 행태는 매우 특이하다. 트럼프의 미국의 이익을 최우선하는 정치는 상식을 뛰어 넘고 있기 때문이다. 그의 정치에는 정치는(政治)는 정야(正也)라는 공자의 ‘정의 정치’도, 현대적 ‘권위의 배분’이라는 정치도 찾아볼 수 없다. 강력한 힘을 바탕으로 미국의 이익을 최우선하는 협상의 정치만이 보일 뿐이다. 그는 러시아 섹스 스캔들 등 여러 혐의로 곧 탄핵될 것이라는 비판 속에서도 실리의 정치만을 고집하고 있다. 이민 유입 방지를 위한 멕시코 국경선의 봉쇄, 자기와 뜻이 맞지 않는 관료의 전격 해임, 연방정부의 업무정지 등 그의 ‘비즈니스 정치’는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

부동산 재벌인 트럼프의 경력구조와 상인 기질은 ‘비즈니스 정치’의 토대이다. 비즈니스의 본질은 이익 창출을 위한 거래정치이다. 그가 쓴 ‘협상의 기술’은 그의 정치관을 대변한다. 트럼프의 ‘비즈니스 정치’는 미국인의 실익을 우선하는 정치이다. 그의 정치는 도덕성이나 공공성을 무시하기에 ‘악의 정치’라는 비난도 따른다. 트럼프의 정치는 전통적인 공화당의 보수 정치도 아니고 진보적 정치는 더욱 아니다. 그는 미국의 국익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면 끝까지 추적해 이익을 관철한다. 트럼프 정치는 킹메이커인 로저 스턴의 ‘정치는 무지한 사람을 끌어 모아 벌이는 쇼 비즈니스’라는 주장에 동조하고 있다. 스턴은 트럼프 후보를 만난 순간을 기수가 명마를 찾은 것처럼 가슴이 뛰었다고 술회하고 있다.

트럼프의 비즈니스 정치는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는 이득정치를 정치의 본질로 본다. 그의 정치는 거래 과정에서 마키아벨리적 권모술수도 용인될 수밖에 없다. 그는 미국의 이익 창출을 위해 협상 상대를 외교적으로 압박하고 회유하기도 한다. 그것이 그가 바라는 정치의 본령이고 최상의 정치이기 때문이다. 그는 국내 정치뿐 아니라 외교에서도 미국의 힘을 배경으로 패권정치를 수시로 구사한다. 트럼프는 이란과의 핵 협정을 파기하고, 동맹국의 미군 주둔 비용의 대폭 인상을 요구한다. 경제 대국 중국과의 무역 분쟁도 어정쩡한 타협보다는 압박 정책을 구사한다. 모든 외교도 장사꾼의 흥정처럼 보고 타산이 맞지 않으면 즉각 파기한다. 북핵 문제도 북한의 비핵화 조치 없이는 어떤 대가도 없다는 배수진을 치고 있다.

트럼프의 비즈니스 정치는 국내외 여론을 위한 선동 선전 정치도 선호한다. 마치 상품을 과대선전하는 것과 같다. 그의 선거 참모 스턴은 ‘무명 정치인보다는 악명 정치인이 낫다’고 트럼프를 부추겼다. 트럼프의 발언은 종종 진실과는 상관없는 파격적인 언사가 등장한다. 트럼프는 전술적 후퇴도 마다하고 공격적인 선전 정치와 압박 정치를 펼치고 있다. 양보나 사과라는 용어는 그의 정치 사전에는 없다. 그는 방어정치는 실패한다는 스턴의 주장에 따라 상대에 대한 공격의 정치로 일관하고 있다. 외교 협상에서 트럼프는 유리한 협상 조건이 나올 때까지 강경 압박 정책은 계속될 것이다. 이러한 정치는 북한의 협상 파트너인 김정은에게도 적용하며 북한이 협상만 잘하면 ‘위대한 경제 대국’이 될 것이라고 선전하고 있다.

트럼프의 이러한 비즈니스 정치는 여론의 따가운 비난도 개의치 않고 미국에서는 통하고 있다. 그는 내년 대선에서의 승리도 염두에 둔 듯하다. 그가 대선에서 승리하기는 어렵지만 뚜렷한 민주당 대항마가 보이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미국 정치와 정치인에 대한 백인들의 누적된 불신이 트럼프식 힘의 정치를 선호한다는 주장도 있다. 솔직히 말하여 미국인들은 트럼프를 ‘최악의 정치’라고 비난하면서도 내심으로는 자신들의 역할을 대행해주기를 바란다. 지난 대선 트럼프의 선거 본부장 스턴의 ‘공격적인 흑색선전과 막대한 정치 자금만 있으면 미키마우스도 대통령으로 만들 수 있다’는 주장이 비즈니스 정치의 핵심인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