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 석

처마 끝에 명태를 말린다

명태는 꽁꽁 얼었다

명태는 길다랗고 파리한 물고긴데

꼬리에 길다란 고드름이 달렸다

해는 저물고 날은 다 가고 볕은 서러웁게 차갑다

나도 길다랗고 파리한 명태다

문턱에 꽁꽁 얼어서

가슴에 길다란 고드름이 달렸다

어느 어부의 집 처마 끝에 고드름을 매단 채 꽁꽁 언 명태가 있는 풍경을 그리고 있다. 그 명태는 가슴에 고드름을 매단 채 서럽게 살아가는 시인의 모습인지도 모른다. 일제 강점기의 차갑고 암울한 시대를 살아간 시인의 자화상을 보는 듯한 작품이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