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제2차 북미회담과 관련, ‘정상회담은 베트남 하노이에서 2월27일과 28일에 열릴 예정’이라고 밝혔다. 스티브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와 김혁철 전 스페인 주재 북한대사 간의 평양담판 직후라, 구체적인 회담 일정까지 조율을 마친 것으로 보인다. 이제야말로 작금의 논의가 ‘미군철수’를 뜻하는 ‘조선반도 비핵화’인지, 한국민들의 최대 관심사인 ‘북한 비핵화’인지부터 명확히 구분해야 한다.

앞서 문 대통령은 2차 북미정상회담과 관련 “끝까지 잘 되게끔 만드는 것이 우리가 해야 할 역할”이라며 “우리는 구경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지난 7일 청와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도 “이번 정상회담에서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구체적·실질적 조치들이 합의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일정이 확정된 2차 북미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이 핵 담판에 대해 ‘동시적·병행적’ 원칙을 공식화하면서 이번에야말로 북미 간 비핵화 상응 조치는 물론 북한의 ‘비핵화 로드맵’을 이끌어 낼 수 있을지 관심이 커진다. 비건 특별대표는 지난달 31일 스탠퍼드대학 월터 쇼렌스틴 아시아태평양연구소가 주최한 강연에서 “북한이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FFVD) 약속을 지킨다면 두 정상이 지난 여름 싱가포르 공동성명에서 했던 모든 약속을 동시에 그리고 병행적으로 추진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김정은 위원장 또한 지난 1월 1일 신년사에서 ‘단계적·동시적 이행’ 기조를 밝혔었다.

2차 북미회담 전망과 관련해 빠지지 않고 계속 거론되는 것이 ‘종전선언’ 테마다. 무엇이 됐든지 간에 남북 긴장 완화와 나아가 전쟁 종식의 절차라면 마다할 이유란 없다. 당장에라도 ‘북한의 비핵화’ 기적이 펼쳐질 것 같은 호들갑 속에 펼쳐졌던 북미대화는 어느결에 은근슬쩍 ‘장기과제’로 넘어간 모양새다. 북한 김정은의 입에서 ‘조선반도의 비핵화’라는 말은 들어봤지만 ‘북조선 비핵화’라는 말은 들어본 기억이 없다는 게 문제다. 우리 국민이 품고 있는 의구심의 단서는 전통적으로 북한의 지도자들이 말해온 ‘조선반도 비핵화’라는 말의 본뜻이 ‘미군 철수’를 의미한다는 경험칙에서 비롯된다. 저들은 끊임없이 ‘미군 철수’를 말하고 있는데, 우리가 그 말을 ‘북한 비핵화’라고 뒤집어 듣게 해서는 곤란하다는 얘기다. 북미회담이든, 남북대화든 대화에서 이제는 명확히 해야 할 때다. 지금 ‘미군 철수’가 전제조건이 아닌 ‘북한 비핵화’가 먼저 진행되는 거 정말 맞는가. 더 이상 밑돌부터 빼고 윗돌 쌓자는 이상한 말들은 하지 말아야 할 것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