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부터 전셋값 하락세 ‘쭉’
계약자 만기도래 올여름 ‘비상’

부동산 시장 열기가 사그러들면서 집값 하락으로 세입자에게 보증금을 제대로 돌려주지 못하는 ‘역(逆) 전세난’ 우려가 심화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0일 KB부동산의 주간주택시장 동향에 따르면 전국 아파트 전세가격지수는 2017년 7월 둘째 주부터 2018년 1월 첫째 주까지 100.8을 기록했다. 이는 2008년 4월 집계를 시작한 이래 최고 기록으로, 당시 세입자들이 근 10년 중 가장 높은 전셋값으로 계약했다는 의미다.

문제는 지난해 1월을 기점으로 전셋값이 계속 떨어지고 있다. 전국 아파트 전셋값은 13주 연속으로 내리는 가운데 지난달 들어 전셋값 하락세가 두드러지고 있다.

지난달 셋째 주 전국 아파트 전셋값은 전주보다 0.08% 하락했고 넷째 주에는 다시 0.07% 내렸다.

전국 아파트 전셋값이 이처럼 급격히 떨어진 것은 2009년 2월 첫째 주(-0.10%) 이후 약 10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이대로라면 2017년 7월께 최고점을 찍었던 시점에 전세를 계약한 세입자의 만기가 도래하는 올여름부터 역전세난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지역별로는 이미 이 같은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

우리은행 부동산연구포럼이 발표한 전국 아파트 전셋값 변동률에 따르면 경남지역의 지난해 12월 전셋값은 2년 전인 2016년 말 대비 12.7% 하락했다. 울산(-9.6%), 충남(-9.3%), 경북(-8.2%)의 사정도 마찬가지인 상황.

서울의 경우에는 최근까지 전셋값 상승이 이어져 올해 전셋값이 7.4% 이상 하락할 경우 역전세 우려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역전세난이 장기화하면 연쇄적으로 부동산 경기침체의 요인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새 세입자를 구하지 못해 전세금을 빼주지 못하는 집주인이 신용대출이나 주택담보대출을 통해 돈을 마련하고, 이마저도 여의치 않으면 매도에 나설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지난해 6월 발표된 한국은행의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전셋값이 외환위기 당시처럼 20% 떨어지면, 보유 금융자산으로 전세보증금 전액을 반환해줄 수 있는 임대 가구의 비율은 47.0%에 불과했다.

20% 하락분만큼의 금융자산을 보유해 새로 세입자가 들어오면 이와 합쳐 전세금을 돌려줄 수 있는 임대 가구는 31.4%, 주택담보대출을 받아서 돈을 마련해야 하는 가구는 14.5%였다. 나머지 7.1%는 신용대출 등 각종 대출을 동원해야 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이는 지난해 등장한 9·13대책과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를 고려하지 않은 수치다. 현재는 대출규제 영향으로 유주택자의 추가대출이 사실상 어려워졌다. 이 경우 금융권에서 돈을 빌릴 수 없는 임대인이 택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방법은 주택 매도를 통한 자금 마련이다. 부동산시장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급매가 많아지면 가격 하락은 예견된 수순이다.

여기에 올해 아파트 준공 물량이 39만2천호로 지난해(44만3천호)에 이어 공급 폭탄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돼 공급 초과로 인한 주택 가격 하락이 예상되고 있다.

/고세리기자 manutd20@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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