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 주차장 비치
2006년 제조… 안전핀 등 녹슬고
점검 몇달씩 지난 것도 있어

7일 포항시청 실내주차장에 비치된 소화기가 먼지투성이로 방치돼 있다. 소화기점검표는 지난해 10월 12일 이후 작성되지 않았다. /이시라 기자
포항시청 실내 주차장 안에 제조된 지 10년이 넘은 노후 소화기들이 관리되지 않은 채 방치돼 있어 개선이 요구된다.

오래된 소화기는 압력이 낮아 화재 발생 시 사용할 수 없거나 부식으로 인해 용기 폭발의 위험성이 있어 주기적인 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7일 오전 포항시청의 지하 1층 실내주차장. 주차장에 비치된 소화기 8대를 확인해 본 결과 모두 지난 2006년에 제조된 것들이었다. 대부분 소화기의 윗부분은 먼지가 쌓여 새카맣고, 거미줄이 쳐져 오랜 시간 동안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아 보였다. 안전핀과 손잡이 부분에 녹이 슨 소화기도 수두룩해 제대로 작동될지 의구심이 들었다.

소화기 점검표를 확인해 보니 지난해 10월 12일 이후에는 점검하지 않은 소화기도 있었다.

지하주차장을 비롯해 지상주차장에 비치된 소화기들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소방청은 지난 2017년 1월 ‘화재예방, 소방시설 설치·유지 및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을 개정해 소화기의 유효 기간을 10년으로 정했다.

낡고 오래된 소화기는 제대로 작동되지 않아 초기화재를 진압할 수 없을뿐더러 용기가 부식돼 폭발의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2013년 8월 서울시 영등포의 한 유압 공장에서 60대 남성이 불을 끄려고 소화기를 사용하는 순간 소화기가 폭발하는 사고가 발생했고, 이 남성은 목숨을 잃었다.

지난 2017년 29명이 숨진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도 불량소화기가 화를 키운 대표적 사례다. 화재를 발견한 건물 주인이 소화기를 들고 초기진화를 시도했지만, 소화기 3개가 작동하지 않아 초기 진화에 실패한 것으로 알려졌다.

포항시민 김모(39·남구 이동)씨는 “수많은 민원인이 방문하는 포항시청이 안전을 소홀히 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면서 “지역 관공서와 일반 다중이용시설 등의 소화기 관리 실태에 대한 전수조사가 필요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경북도립대학교 권용수 소방방재과 교수는 “소화기는 시민의 목숨과 직결되는 중요한 안전 장비인 만큼 외관상 녹이 슬거나 파손된 부분은 없는지, 약제 분말이 굳지 않았는지 흔들어보는 등 세심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포항시청사 건물관리를 담당하는 포항시 시설관리공단은 외주 용역 업체에서 매월 주기적으로 소화기를 점검하고 있어 안전상에 문제가 없다고 해명했다.

시설관리공단 관계자는 “소화기에 먼지가 쌓여 있어 관리를 안 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소화기의 가장 중요한 부분은 압이다. 압 계의 바늘이 녹색 범위 안에 있으면 소화기는 이상이 없다”며 “아무래도 용역 업체 직원 한두 명이 청사 안에 있는 소화기 전체를 점검하려다 보니 몇 개의 소화기는 점검과정에서 빠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시라기자 sira115@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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