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의호 포스텍 명예교수·DGIST 총장특보
서의호 포스텍 명예교수·DGIST 총장특보

한국의 신혼여행지 변천사를 보는 것도 흥미로운 일이다. 신혼여행지로 60∼70년대는 유성온천이 압도적이었다. 경주도 선택을 받았다. 그러다가 70년대 중반부터는 소득의 향상으로 신혼여행지로 제주도가 급부상하였다. 제주도의 인기는 80∼90년대까지 이어진다. 2000년대 이후는 해외여행이 보편화되면서 신혼여행지는 해외로 바뀌었다.

구정 기간 중 40년 전 신혼여행을 갔던 제주를 찾아보았다. 그간 제주를 회의나 공식적인 일로 여러차례 왔었지만 이렇게 여유를 가지고 과거 신혼여행때 찾았던 명소들을 들르며 똑 같은 포즈로 사진을 찍는 재미를 가져 보았다. 자연물을 소재로 한 용두암, 천지연 폭포, 외돌개 등등은 옛 그대로였지만 목석원 같은 인위적이었던 명소는 사라졌다. 신혼여행의 최고의 숙박시설로 필자가 묵었던 칼호텔은 이제 중문단지의 5성급 호텔에 밀리는듯 비교적 서민적인 호텔로 변모해 있었다. 명소를 방문하여 40년 전 사진을 보여주며 사진을 찍어 달라고 할 때 그때 태어나지도 않았던 젊은이들은 아주 흥미롭게 옛 사진을 보면서 사진 찍는 걸 도와주었다.

당시 제주밀감으로 유명했던 귤도 한라봉이 나오더니 이제는 천혜향, 레드향 등으로 다양한 고급 귤이 개발되어 있고 다양한 볼거리, 놀거리들이 있었다.

작은 나라 한국은 제주가 있어 참 다행인듯 싶다. 비행기를 타고 갈 수 있는 섬이 있고, 산업화되어 숨쉬기도 힘든 도심의 생활을 탈피하여 날씨가 온화하고 자연이 숨쉬는 곳으로 갈수 있다는 것 자체가 너무 다행인듯 싶다. 그래서 제주공항에 내리면 야자수의 모습과 함께 독특한 제주의 향기가 있다.그런데 제주의 향기가 정치와 함께 흐려질까 걱정된다. 김정은의 외할버지 고경택은 제주도가 고향이라고 한다. 그래서 김정은에게 제주도는 외가라고 부를 만한 인연이 있는 곳이다. 그래서인지, 문 대통령은 작년 9월 김정은과 함께 백두산에 오르며 한라산 정상도 오르자는 대화를 나눈 바 있다. 제주산 귤 수백톤을 북한이 보낸 송이버섯에 대한 답례라고 하면서 김정은에게 보냈다.

한때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의 회담 장소로도 거론되기도 했다. 제주특별자치도의회가 김 위원장을 한라산으로 공식 초청키로 했다는 소식도 들린다. 가능한 시나리오로 김 위원장의 서울 답방시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한라산을 함께 올라 ‘한라에서 백두까지’ 완성된 통일 한반도의 평화 메시지를 전 세계에 전달할 수 있기를 바란다는 내용도 있다고 했다. 또 제주도의회 차원의 남북교류 활성화 방안에는 상징적인 남북교류 사업인 감귤보내기 사업 재개와 제주 어미돼지 분양, 한라산과 백두산의 생태 환경 보존을 위한 공동협력과 공통의 역사·문화 연구 및 교류를 제안한다고 한다.

김정은의 방문으로 제주가 평화의 상징으로 부각되어 진정 평화가 찾아온다면 그보다 반가운 일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김정은의 행보는 기대와 다르게 흐르고 있다. 그가 바라는 것이 진정한 평화일까 아니면 미군철수를 통한 한국의 약화를 통해 핵보유국을 선언하고 있는 북한이 힘의 우위를 점하여 한국을 속국화 하거나 침략하려는 것일까. 김정은이 실제로 제주도를 방문하면 북한은 오히려 ‘백두 혈통’인 김정은이 ‘한라산 줄기’이기도 하다는 선전·선동을 강화할 가능성이 있다.

우리는 평화조약을 통해 평화가 지켜진 예가 없다는 세계 역사의 교훈을 배울 필요가 있다. 힘의 균형과 우위를 통해 진정한 북한의 체제변화를 통한 평화의지를 끌어내야만 계속 우리는 제주의 향기를 맡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