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주한동대 교수
김학주 한동대 교수

투자수익률을 두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다. 먼저 시장 평균을 따라가는 지수(index) 수익률을 베타수익률이라고 부른다. 즉 시장 내 모든 자산에 분산투자하여 얻은 수익률이다. 반면 사람이 유망한 자산만을 선별하여 투자한 수익률도 있다. 일반적으로 그 수준이 시장평균 수익률보다 높을 것으로 기대할 것이고, 그 초과분을 알파수익률, 또는 초과수익률이라고 부른다.

지난 23일 인덱스 펀드의 선구자인 뱅가드(Vanguard)의 존 보글회장이 세상을 떠났다. 그가 남긴 투자전략의 철학은 무엇일까? 그는 평균이상의 수익률을 탐하지 말라고 충고한다. 즉 개별종목에 집중하지 말고 잘 분산된 인덱스에 투자하라고 권고한다. 즉 알파수익률보다는 베타수익률을 추구하라는 것이다.

결국 인간의 한계를 인정하자는 자세다. 단기적으로는 사람이 재주를 부려 높은 초과수익을 얻을 수 있으나 시간이 갈수록 실수를 하게 되고, 초과수익을 반납하게 된다는 주장이다. 그렇다면 기대했던 초과수익률은 얻지 못하고, 쓸데없는 거래 수수료나 수익률의 변동성같은 비용만 지불하게 되므로 이런 무모한 행위는 지양하자는 것이다.

투자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생존게임(survival game)이라고 생각한다. 어차피 세계경제가 성장하는 유기체이므로 이를 반영하는 주가도 부침은 있을지언정 성장하게 되어 있고, 거기에 참여하면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일부 종목에 집중 투자하여 타격을 입었을 때 회복 불가능한 지경에 이를 수 있다. 이런 위험을 피하자는 측면에서는 존 보글 회장의 주장에 동의한다.

그러나 신성장산업은 분명히 초과수익률을 얻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특히 지금처럼 부의 불균형이 심각한 가운데 이런 기회조차 활용하지 못한다면 ‘없는 자’가 빈곤의 문제를 해결할 방법은 거의 없을 것이다. 그런데 여기에도 지켜야 할 원칙들이 있다.

투자수익률이 의미를 가지려면 반복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려면 자신만의 유니버스(universe)가 필요하다. 유니버스란 자신이 90% 이상 알고 있어 남들보다 빠르게 대응할 수 있고, 그래서 실수를 덜할 수 있는 투자자산들의 집합을 말한다. 그 안에서만 투자하면 실수를 최소화할 수 있고, 장기적으로 믿을 수 있는 수익률을 얻게 된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공부를 하지 않고 초과수익을 원한다. 점을 보는 것과 비슷한 심리다. 미래를 예측할 수 있는 귀신의 힘을 빌어 자신에게 걸맞지 않은 결과를 원한다. 한편 펀드매니저들은 보아서는 안될 기업 내부 정보를 보고 싶어한다. 이런 불법을 통해 그 당시에는 짜릿한 성과를 얻을 수도 있지만 내부정보에 중독된 펀드매니저가 공부를 할까? 그에게 실력이 쌓일까? 이것이 귀신이 원하는 것이다. 그의 목적은 사람을 넘어뜨리는데 있기 때문이다.

가끔 투자자분들이 전화를 걸어 와 투자 자산을 선택해 달라고 부탁한다. 그러나 종목을 추천해줘도 따라 사기 어려울 것이다. 왜냐하면 충분한 이해가 없이는 매수를 결단할 수 없기 때문이다. 설령 따라 샀다고 해도 팔지를 못할 것이다. 적정가치에 대한 이해력이 없기 때문이다. 전문가가 해 줄 수 있는 것은 자산을 골라 주는 것이 아니라 투자자들의 이해력을 증진시키는 것이다.

지속 가능한 수익률을 얻는데 있어서도 윤리는 도움이 된다. 단순히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려는 좁은 의미뿐 아니라 자신의 투자원칙을 만드는데 있어 윤리는 필요하다. 미국 재무분석사(CFA)를 비롯한 투자 및 재무 관련 각종 시험에 윤리가 가장 먼저 등장하는 이유가 있을 것이다. 뛰어난 펀드매니저가 가끔 감옥에 가는 것을 본다. 그가 지켜왔던 투자원칙과 유니버스가 물거품이 되는 순간이다. 인간은 나약해서 실수할 수 있다. 그러나 절대 넘어서는 안될 선을 윤리가 제공해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