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 효 선
밤새 책상다리를 하고
거울 앞에 앉았다
밤은 길었다
흐트러진 몸새로 속눈썹을 그렸다
지웠다가 다시 그렸다
속눈썹을 가늘게 가늘게 길게 뽑아 올렸다
아침은 더디게 왔다
석 달 열흘을
거울 앞에 책상다리로 앉아 속눈썹을 매만졌다
선홍빛 속눈썹에 새벽이 와 있었다
문을 열자 아침 달이 뒷걸음치며
내려다보고 있다
곁눈질이다
상사풀꽃
맨살 가슴 풀어헤치고
속눈썹 발딱
아침 달을 좇는다
속눈썹이 가늘게 떤다
선홍빛이다
시인은 상사풀꽃을 유심히 들여다보며 그 속에서 사람사는 세상을 읽어내고 있다. 석달 열흘 동안 지신을 치장해서 선홍색 고운 꽃으로 피어나는 꽃처럼 오래 시간 동안 자신을 갈고 닦으며 살아가다보면 아름다운 꽃처럼 세상에 희망과 기쁨을 줄 수 있는 가치로운 사람으로 설 수 있다는 것을 시인은 풀꽃 하나를 들어 들려주고 있는 것이다. <시인>